▲기자회견 참석한 허진호 프로그래머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베스트웨스턴호텔에서 열린 'J스페셜:올해의 프로그래머' 기자회견에서 허진호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처럼 5년 만에 고향을 찾은 허진호 감독이 5편의 영화를 직접 들고 관객들과 만난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감독의 선택은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2)을 비롯한 두 편의 연출작과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도쿄 이야기>(1953), 그리고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였다.
2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허진호 감독은 작품 선정 배경과 현재 준비 중인 신작 관련 이야기를 전했다.
1998년 < 8월의 크리스마스 >로 장편 연출 데뷔한 허진호 감독은 두 편의 본인 영화를 선정해야 했다고 한다. "<행복>을 할까 <호우시절>을 할까 생각하다가 마침 유지태 배우(<봄날은 간다> 주연)가 심사위원을 맡았다고 해서 오랜만에 같이 손잡고 보면 좋을 것 같아 택했다"며 허 감독은 "지난해 런던한국영화제에서 <봄날은 간다>를 상영했는데, 유지태 배우가 너무 예쁘더라. 소년미랄까, 당시 26살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연출작 <외출>은 35mm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그의 대표작이다. 상대적으로 < 8월의 크리스마스 > 등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들에 비해 공개될 기회가 적었기에 팬들에겐 좋은 기회일 것으로 보인다. 허진호 감독은 "런던한국영화제에 오신 어떤 분이 제 영화 중 가장 좋다고 하기에 용기를 내서 선택했다"고 전했다.
허진호 감독 하면 연관돼 따라오는 멜로 장르의 장인이라는 표현처럼, 그 또한 멜로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봄날은 간다> 대사 중 하나인 '라면 먹고 갈래요?'가 마치 밈(meme)처럼 여러 예능 및 일상에서 소환되는 것에 그는 "그런 의미로 쓰이고 있는 줄 몰랐다. 실생활에서 제가 그런 의도로 써본 적이 없다"며 재치 있게 언급했다. 허 감독은 "< 8월의 크리스마스 >도 그렇고 오랜 영화를 젊은 세대들도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아무래도 드라마틱하기 보단 일상적인 대사나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