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공간들> 스틸컷
반짝다큐페스티발
죽음을 멀리 밀어두는 나라
한국만큼 죽음을 삶과 떼어두고 멀리하는 나라가 없다. 사상적으로 유학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4개 나라, 즉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과 베트남, 일본 가운데서도 한국의 방식만이 유독 남다르다. 흔히 일본이나 중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와 영화를 보다보면 위패며 영정, 유골함을 집 안에 모셔두고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를 기리는 모습을 자주 마주한다. 이는 실제로도 그러하여 이들 나라는 떠난 이의 흔적을 집 안팎 가까이에 두고 자주 살피며 그를 떠올린다.
위패와 영정, 유골함이 집 안에 있는 것도, 죽은 이의 사진을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는 것도, 심지어 논과 밭 한 가운데 묘를 쓰는 것도 이들 문화권에서 자주 발견되곤 한다. 죽음은 산 사람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에서 죽음은 아주 멀찍이 떨어져 있다. 서울 시민이 죽어도 화장터는 근교가 되는 경우가 많고 요즘에는 멀리 천안 인근까지도 내려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들 한다. 안치되는 시설 또한 마찬가지. 제 집에 위패며 영정, 유골함을 두는 경우를 나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매장을 한다 해도 매장터는 집에서 아주 먼 곳에 위치하는데, 그마저도 몇 차례 되지 않는 성묘며 제사는 성차별적인 주제로만 소환되어 소모적 전선에 놓일 뿐이다.
유교문화권이 아니래도 공동묘지를 생태공원처럼 조성하여 산 이들이 수시로 드나들게 하는 문화가 곳곳에 널리 있다. 이상적 사례로 꼽히는 독일 함부르크 공원묘지를 비롯해 유럽 각지에서 흔히 목격되는 것인데, 한국에선 묘지로 나들이를 가고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긴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