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 썸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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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남편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충격적인 소재에도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영화 중 순한 버전에 속한다. 오히려 원작 <퀸 오브 하츠>가 북유럽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 날 선 풍자와 수위, 마지막 결말까지 완벽히 차가워 논란이 될 만하다.
프랑스에서 제작된 <라스트 썸머>는 여름의 뜨겁고 끈적한 공기처럼 둘의 관계를 불쾌함과 순수함 그 어디쯤으로 설정한다. 보는 사람 각자의 생각에 따라 해석을 열어 두게 했다. 계절이 변하는 자연스러운 순리처럼 둘은 한때의 불장난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점점 테오가 순수한 진심에 가까워지는 반면 안느의 말과 행동은 새빨간 거짓말이자 악어의 눈물처럼 덧없이 흘러간다.
안느는 가식 그 자체다. 테오의 막말에 깊이 상처 받은 남편 피에르를 위로하기 위해 비밀을 털어놓는다. 종종 '나이 들어 보이냐'는 남편의 질문에 안느는 연상이 좋다며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한다. 또한 부모의 학대로 힘들어하는 청소년을 살뜰히 챙겨주고, 아이를 입양해 사회적 신망도 은근히 드러내지만 속내는 다르다. 테오가 관계를 폭로하자 돌연 거짓말로 포장해 짓밟아 버린다. 테오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처럼 모질게 굴었다가도 테오를 다시 품에 안는 이중성을 보인다.
그래서일까. 관객은 안느의 복잡한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없다. 각자의 시선과 윤리에 따라 다르게 보이도록 설정했다. 둘의 뜨거웠던 한때를 몇 차례 보여주지만 적나라한 몸을 오래 담기보다 얼굴을 클로즈업해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미래 세대를 선도하는 사회적 위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는 굳은 믿음 등 겉치레에서 벗어나 순수해지는 때가 테오와의 시간임을 보여준다.
원했던 삶에 안착하자 오히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중산층 중년의 일탈을 제대로 보여준다. 자제력을 잃고 추락할 뻔했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는 상황도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 큰 거짓말로 덮어 버리는 임기응변, 내로남불의 결말은 유독 오랜 여운을 남긴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결혼반지의 반짝임은 올해의 엔딩으로 꼽을 만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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