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봇 드림> 스틸
영화사 진진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동화 속 결말이 아니라, 의아하면서도 아름답다. 도그와 로봇이 재회하는 해피엔딩보다 현실적인 결말이 주제를 극대화한다. 동화에서는 결혼이 해피엔딩을 뜻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해석이다. 한 사람만 기다리며 슬픔으로 평생을 보내지도 않고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히게 마련인 거다.
이별은 해본 사람이라면 반복하고 싶지 않을 감정이지만 때로는 약이 된다. 삶의 깊이를 더해 줄 성숙한 사랑과 우정, 끈끈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다시 꺼내 보기 힘든 아픈 상처, 떼어내도 계속 자라는 굳은살 같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근육을 키워가는 운동이자, 다른 관계의 밑거름이 되어 주는 연료다.
무성영화를 보는 듯 대사 없는 넌버벌(non-verbal) 애니메이션이 벅찬 감정을 선사한다. 눈빛, 표정, 행동 등 비언어가 미치는 마음의 소리는 신기하게도 상대방을 움직인다.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언어. 어쩌면 말 때문에 중요한 것들을 놓친 건 아닐까 곱씹어 봤다.
102분짜리 무언의 애니메이션, 동물과 로봇을 의인화한 작품이 긴 여운이 남기는 이유는 명확하고 단순했다. 수려한 말로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의 마음도 확인할 수 있지만,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으며 역효과를 부르는 게 말이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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