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포스터
(주)쇼박스
<곡성>보다 한층 더 나아갔다
무당은 공포영화에선 더없이 매력적인 소재다. 상술했듯 공포란 익히 알지 못하던 것에서 오는 법인데, 초현실적 세계를 다루는 무당의 행위를 제대로 이해하는 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같은 견지에서 한국 관객에게 <랑종>은 <곡성>보다 한층 나아갔다. 적어도 <곡성>은 한국의 시골마을이 배경이었는데, <랑종>의 배경은 한국인 가운데 가본 이가 넉넉잡아도 채 100명이 되지 않을 태국의 시골마을인 것이다. 이런 곳에선 그저 길만 잃어도 눈물콧물 빼기 십상인데, 악령이 사람 몸에 들어 멀쩡한 이들을 위협하니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이 더욱 이상한 일이다.
줄거리는 크게 중요치 않다. 무당이 악령이 깃든 조카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퇴마의식을 준비하는 게 주요 얼개다. 영화가 전개되며 무당의 가족을 둘러싼 사연이 하나 둘씩 풀어지고, 클라이맥스인 퇴마의식까지 순식간에 내달린다.
숙주에게서 악령을 몰아내는 작업은 공포영화의 주요한 장르다. 이른바 오컬트 엑소시즘이다. 오컬트는 유령 등 초자연적 존재를 다루는 것이고, 엑소시즘은 숙주에 빙의된 악령을 물리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엑소시스트> 시리즈가 유명한데, 한국에선 2015년 <검은 사제들>로 오컬트 엑소시즘 장르의 한국화가 충분히 가능함을 입증한 바 있다.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오컬트 엑소시즘이 있다.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신질환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고, 사람들은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을 쉬이 악령에 쓰인 것으로 믿어버리곤 하였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해야 하는데, 앎의 영역을 넘어선 문제는 대개 신부나 스님, 무당 같은 종교인의 몫이 되곤 하였다.
다시 말해 <랑종>이 채택한 오컬트 엑소시즘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