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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는 모르는 '3인의 조합', 캐스팅부터 난리였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이 만난 <캐치 미 이프 유 캔>

24.03.05 10:02최종업데이트24.03.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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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에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은행을 털기 위해 뭉친 사기꾼들이 속고 속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지금은 연기를 잠정 중단하고 화가로 변신한 박신양이 사기꾼 최창혁과 세상을 떠난 그의 형 최창호까지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국 212만 관객을 모은 <범죄의 재구성>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국의 대표적인 범죄영화로 꼽힌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동명의 스페인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지난 2022년에 공개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도 마찬가지. <종이의 집>은 통칭 '교수'로 불리는 송선호(유지태 분)의 계획 속에 모인 10명의 강도단이 조폐국에서 갓 찍어낸 돈을 훔치는 내용의 범죄 드라마다. <종이의 집>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세계적으로 1억 3300만 시간의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넷플릭스 TOP 10 집계 기준).

한국에는 사기꾼이나 범죄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직 흔한 편은 아니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무언가를 훔치고 강탈하는 내용의 범죄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에도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이 뭉친 범죄영화가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이었다.
 
 사기꾼과 FBI 요원의 추격전을 그린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제작비의 6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사기꾼과 FBI 요원의 추격전을 그린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제작비의 6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CJ ENM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범죄영화들

'하이스트 필름' 또는 '케이퍼 무비'로 불리는 범죄영화는 무언가를 훔치거나 강탈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로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범죄의 과정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은행이나 박물관처럼 보안이 삼엄한 곳을 범행대상으로 노리며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다. 물론 범죄자들의 계획대로 일이 척척 진행되면 영화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경찰에게 계획을 들키거나 캐릭터들이 내분을 일으키기도 한다.

할리우드 범죄물을 대표하는 영화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제작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트릴로지다. 1960년작 <오션스 일레븐>을 리메이크해 3부작으로 제작된 <오션스> 트릴로지는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 받으며 하이스트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 다만 2018년 출연진을 여성으로 바꾼 스핀오프 <오션스 8>은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에도 관객들로부터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997년에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재키 브라운>은 시끄럽고 유혈이 낭자한 영화가 될 거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한 깔끔하고 간결한 범죄영화다. 액션보다는 캐릭터들의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이 영화의 볼거리로 사무엘 L. 잭슨과 마이클 키튼, 로버트 드 니로 같은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2003년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며 일찍 배우생활을 접은 브리짓 폰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고 숀 코너리와 아직 신예티를 벗지 못했던 캐서린 제타-존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엔트랩먼트>는 증거를 남기지 않고 유명 화가 및 예술가들의 작품을 훔치는 전설적인 도둑 로버트 맥두겔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6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2억12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렸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엔트랩먼트>는 캐서린 제타-존스가 검은 수트를 입고 레이저 경보기를 피해가는 명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하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던 2003년작 <매치스틱 맨>은 노인과 서민층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로이(니콜라스 케이지 분)가 전처가 남긴 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매치스틱 맨>은 6200만 달러로 만들어 6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에 그쳤을 만큼 흥행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명연기가 돋보였고 후반부의 반전이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영화였다.

디카프리오 '리즈시절' 마지막(?)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으로 캐스팅 당시부터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으로 캐스팅 당시부터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다.CJ ENM
 
10~20대의 젊은 세대에게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나 <돈 룩 업>에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여주면서 "이 배우가 젊을 때는 지금의 '티모시 샬라메' 만큼 잘 생기고 멋있는 배우였단다"라고 하면 거짓말쟁이 취급을 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조금의 거짓도 과장도 없는 '팩트'로 실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의 디카프리오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꽃미남이자 최고의 흥행보증수표 중 한 명이었다.

따라서 스필버그 감독과 디카프리오, 그리고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톰 행크스의 만남은 관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 < A.I. > 등에 비하면 스케일이 아주 큰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52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3억 52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영화의 모델이자 실존인물인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회고록 <잡을 테면 잡아봐>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희대의 사기꾼이자 수표 위조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그를 쫓는 FBI 요원 칼 핸래티(톰 행크스 분)의 대결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영화 초·중반 파일럿과 의사, 미 첩보부 요원 등으로 변장한 프랭크는 간호사 브렌다(에이미 애덤스 분)와 결혼하기 위해 변호사 시험을 치러 합격하는 천재성을 보인다.

약혼식장에 FBI가 나타나자 간신히 미국을 탈출해 유럽을 떠돌며 흥청망청 생활하던 프랭크는 이혼한 어머니가 새 가정을 꾸린 것을 확인하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핸래티에게 체포된다. 하지만 프랭크의 재능(?)을 높게 평가한 핸래티는 4년간 상부를 설득해 프랭크에게 위조수표 감별사이자 보안 컨설턴트로 제2의 삶을 열어줬다. 그 후 프랭크는 수표 위조 방지 시스템을 고안해 금융계에 혁명을 일으켰고 자신을 체포한 핸래티와도 친구가 됐다.

영화 속에서 프랭크는 사기를 치면서 여러 가명을 사용한다. 핸래티를 처음 만났을 때 미 첩보부요원임을 밝히며 사용했던 배리 앨런은 DC코믹스 히어로 플래시의 본명이다. 의사 행세를 하면서 사용했던 코너스라는 성은 마블 코믹스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빌런 리저드의 커트 코너스에서 따왔다. 프랭크는 모두를 속인 엄청난 천재 사기꾼이지만 한편으로는 코믹스를 좋아하는 젊은 소년 또는 청년이었음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사기꾼이 '정착' 결심하게 만든 그녀
 
 신인에 가까웠던 에이미 애덤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출연 이후 승승장구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신인에 가까웠던 에이미 애덤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출연 이후 승승장구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CJ ENM
 
직업을 바꾸고 수표를 위조하면서 사기꾼 생활을 하던 프랭크는 파티에서 실신한 친구의 문병을 갔다가 의사에게 꾸지람을 듣는 초보 간호사 브렌다를 만났다. 브렌다를 보고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프랭크는 의사로 위장해 브렌다가 있는 병원에 취업한다. 브렌다는 프랭크가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그와 함께 도망가기 위해 공항까지 오지만 FBI의 추격이 좁혀오자 프랭크는 브렌다를 남겨두고 혼자 떠났다.

프랭크의 귀여운 연인 브렌다를 연기한 에이미 애덤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후 <준벅>에서 사랑스런 임산부를 연기하며 신예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마법에 걸린 사랑>과 <다우트> <파이터> 등에 출연한 애덤스는 2013년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 히로인 로이스 레인을 연기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아메리칸 허슬>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았다.

프랭크의 아버지이자 군인 출신의 프랭크 애버그네일 시니어는 자신의 은퇴식에서 "생쥐 두 마리가 크림통에 빠졌습니다. 한 마리는 빨리 포기하고 익사했지만 다른 한 마리는 살기 위해 발버둥쳤고 크림이 버터가 되면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라는 연설을 한다. 아버지의 연설은 어린 프랭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프랭크는 브렌다의 가족들 앞에서 기도를 할 때 아버지의 연설 내용을 그대로 써먹으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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