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신의 피> 포스터
(주)에스와이코마드
조폭영화의 문법, 그대로 답습하는
<간신의 피>는 제작규모와 달리 정통 조폭영화라 해도 좋을 만한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용궁파와 초음파라는 우스꽝스런 이름을 가진 두 조직이 서로의 영역을 두고 갈등을 빚는 내용으로, 어릴 적 인연이 있는 두 친구의 엇갈린 운명을 비극적으로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조의 이 영화는 색다른 설정을 통하여 그 전형성을 얼마간 벗어나려 시도한다.
그 시도는 다름 아닌 전통의 재해석, 고전의 변주다. 주역이 되는 인물이 자라와 토끼, 또 용왕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 고전은 전래동화 <별주부전>이다. 용왕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토끼를 잡으러 육지로 나간 자라가 그를 꾀어 데려오는 데 성공하지만, 토끼가 기지로 위기를 벗어난다는 이 고전의 줄거리가 거의 그대로 영화의 얼개가 된다.
용궁파와 초음파는 인근한 지역을 장악한 두 개의 폭력조직이다. 두 조직은 한동안 다툼이 없는 상태로 평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과거 맺어진 평화협정 때문이다. 서로의 영역에 침입하지 않는 걸 조건으로 서로 간 폭력사태를 금하기로 한 이 협정을 지키며 두 조직은 지루한 평화에 더해 성장 없는 침체기를 겪는 중이다. 늘어나지 않는 영역 속에서 조직 안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머리가 커진 용궁파 중간보스들은 새로운 성장의 시기를 갈망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