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유령스틸컷
부귀영화
로렌조는 고야가 스페인 최고의 화가임을 들어 그를 처벌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대신 그가 그린 그림에 나온 사람들, 신을 모르고 저항하는 이들을 찾아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말이다. 기실 이베리아 반도는 소위 마녀사냥이라 불리는 종교에 적대하는 이들의 본보기식 처벌이 횡행해온 곳으로, 18세기 후반이라고는 해도 그 폐해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는 시기다. 그러나 로렌조는 과거 행해졌고 이제는 줄어든 고문이며 화형을 부활시켜 신이 존재함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결국 그의 말은 받아들여지고, 그는 시중에서 신을 믿지 않는 이들을 가려내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로부터 그의 부하들은 은밀하게 술집과 저잣거리를 드나들며 유태인과 신교도를 색출하기 시작한다.
그때 그의 눈에 든 사람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부유한 상인 토마스(호세 루이스 고메즈 분)의 딸, 이녜스(나탈리 포트만 분)다. 어여쁜 용모를 지닌 그녀는 고야가 그리는 그림들의 모델이 되어 때로는 성당 벽화의 천사이고,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고는 하였는데, 그 모습을 로렌조는 아니꼽게 본 것이다. 특히 화가의 모델은 창녀들이 한다거나, 저잣거리의 그림을 그리는 건 악마의 재주라는 둥의 편견이 로렌조를 부추긴다.
그렇게 이녜스 앞으로 한 장의 문서가 날아든다. 다름 아닌 종교재판소 소환장으로, 이걸 받아 성당에 들어서면 제 발로 나오는 이가 많지 않다던 무서운 서류다. 자연히 토마스의 집안도 발칵 뒤집어지지만 지엄한 법이 있으니 이녜스를 보낼 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누가 그 소녀를 마녀로 몰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