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하이디스틸컷
와이드 릴리즈(주)
스위스에 대한 총체적 조롱, 괜찮을까?
문제는 이 같은 상징들이 그리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긍정적이긴 커녕 하나하나가 스위스에 대한 조롱에 가깝다. 명작 소설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성별과 지역을 제외하곤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탈바꿈했고, 원작의 경건성 대신 기괴함을 무기로 삼았다. 스위스의 민주주의는 독재로 화했고, 자랑스러운 음식은 먹지 못할 끔찍한 무엇이 되어버린다. 시계는 쪼잔함으로, 알펜호른 또한 우스꽝스러운 도구쯤으로 그려지고, 가장 중요하다 해도 좋을 스위스 국기와 국장은 핏빛으로 더럽혀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스위스에 애정이 있기는 한 것인지 궁금해질 지경이지만, 영화는 스위스 사람들이 스위스를 배경으로 스위스의 자본으로 만든 것이 분명하여 당혹스러울 뿐이다. 피 튀기는 고어물과 코미디의 기묘한 결합에 대하여 혹자는 한 편의 잔혹동화와 같다고 썩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리기도 한 모양인데, 또 그만큼 많은 이들은 만듦새가 엉성하고 지나치게 잔혹하다며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분히 문제작으로 볼 소지가 많은 작품으로, 그간 수많은 영화를 보았으나 이와 같은 영화가 지향한 지점이 무엇인지 고민하여도 좀처럼 답을 내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는 강한 인상만큼은 언급해볼만 하다. 제 나라의 온갖 상징물을 한 데 꺼내어 그것을 더럽히고 조롱했다 해도 좋은 영화를 찍어낼 수 있는 그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만큼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만약 같은 영화가 스위스가 아닌 한국이나 또 우리가 친숙한 다른 어느 나라들에서 만들어졌다면, 바다 건너 먼 나라까지 수출되기 이전에 커다란 논란을 맞닥뜨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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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