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들
최우규
천편일률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좋은 음반과 노래는 누가 리스트를 만들어도 꼭 들어가기 마련이다. 록 음반 리스트를 만들 때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이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를 뺄 수 있겠나. 재즈 음반 리스트에도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나 빌 에번스(Bill Evans)가 꼭 들어가기 마련이다.
여행안내 책자 책을 들춰보면 이탈리아나 프랑스 명승지, 스위스 융 프라우, 미국 요세미티 공원을 실어놓는다.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래도 뭔가 참신한, 색다른, 아니면 나만의 것을 찾고 싶은 이들도 있다. 문제는 무작정 아무 역에서나 내릴 수 없다. 아무 음반이나 걸리는 대로 사서 들을 수도 없다. 부유하고 건강한 은퇴자라면 못 할 일도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못한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내가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다. 그래도 발품을 팔 의지가 충만해 있고 자신의 취향을 찾고자 하는 이를 위한 가이드는 필요해 보인다.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유명 맛집이 아니라,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동네 맛집 리스트.
이 연재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이탈리아 로마나 프랑스 파리, 미국 워싱턴보다는 라트비아의 유르말라, 몰타 임자르, 미국 유타 같은 곳을 다룰 예정이다. 너무도 유명하고 너나없이 좋다는 곳 말고, 특유의 향취를 가진 곳이다.
빌보드 차트에 수주 혹은 수개월 동안 올라 명성을 떨어 울린 음반은 많이 실리지 않을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아티스트는 드물 것이다. 지미 헨드릭스나 마이클 잭슨,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이들은 이 연재 말고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대신 더 알려졌어야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주로 세우겠다. 아쉬움은 필자 기준이다. 물론 음악계와 평단에서 인정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 주위에는 유명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최고의 미드필더 앞에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있듯. 이를테면 에릭 클랩턴(Eric Clapton)의 오랜 친구이자 건반 주자인 바비 휘트록(Bobby Whitlock), 연주와 곡만 놓고 봤을 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블루스 록 밴드 텐 이어스 애프터(Ten Years After) 같은 이들이다.
'인생 아티스트'를 조우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