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를 부르는 시간>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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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사이 엿보이는 중국이란 사회
그는 제게 입학시험은 거대한 산과 같고 학생의 임무란 그 산을 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학교를 넘어 인생 전체를 바라보자면 눈앞의 가파른 산도 하나의 야트막한 언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러니 대입까지 남은 길고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돌아보고 나아가자고 말이다. 그는 앞으로 펼쳐진 미래가 저 또한 두렵다며, 그럼에도 함께 나아가자고 진지하면서도 소탈하게 털어놓는다.
반면 뤄즈가 온갖 노력 끝에 1등을 하여 단상 위에 선 순간이 있다. 그녀는 모두가 도열한 가운데서 앞서 성화이난의 연설에 대응하는 연설을 한다. 대학 입학시험은 우리 인생에서 그저 눈앞을 가리는 언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 언덕이 바로 눈앞에 있을 때는 그 언덕이 세상의 전부라고 말이다. 그녀는 후퇴할 길 없는 전쟁 가운데 노력하여 이 자리에 선 것이 바로 자신 뤄즈라며, 실패에 핑계를 대지 않고 성공할 방법을 찾겠다고, 어떠한 장애물도 두렵지 않으며 포기만이 제가 두려워하는 일이라고 선언한다.
성화이난과 뤄즈의 연설, 그리고 이어진 극도의 경쟁과 살아남은 이들에게 열리는 기회, 다시 대학졸업으로부터 갈라지는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중국 내의 성과지상주의며 능력지상주의, 또 그러한 시각으로부터 국경을 넘어 다른 사회를 바라보고 있을 저들 중국인의 인식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한 편의 멜로영화가 도리어 그들의 역사며 사회를 전면적으로 다룬 장이머우나 첸카이거의 영화보다도 사회상을 잘 드러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국경을 넘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뤄즈와 성화이난, 또 관객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하다. 이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인들을 우리와 다른 괴상하거나 무례한 무엇으로 편협하게 이해하는 마음을 잠시 치워두게 된다. 그로부터 그들과 우리 안에 공통으로 깃든 사람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 편의 영화가 인간과 삶을 더 넓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는 뜻일 테다. 심지어 풋풋한 그 시절 낭만적 사랑까지 담겼다면야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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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