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한 장면.
SBS
경찰은 불구속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했지만 장씨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경찰은 장씨가 베란다에서 추락했다고 진술한 그녀의 친부가 폐암 투병과 수술로 혼자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친모의 화재사고 역시 현장을 재현한 결과, 장씨의 진술대로라면 화재가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친모의 시신에서 검출된 수면제 졸피뎀 성분을 실제로 처방받은 것은 장씨였다는 진료기록서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결정적 증거, 확실한 물증의 부재를 이유로 경찰이 요청한 구속영장을 또다시 기각했다. 도주의 우려가 있다 할지라도, 범죄 소명이 부족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형사들은 정황증거만으로도 구속되고 유죄까지 받는 경우가 있음에도 장씨 사건에는 왜 이리 기준이 높은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장씨는 2012년 10월 방송된 SBS < 궁금한 이야기 Y > 방송에 직접 출연해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자신을 의심하는 이유가 가정사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 때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추가조사를 통해 장씨의 또다른 혐의들을 포착해냈다. 장씨가 가족, 친척들에게도 사기 행각을 벌여 무려 4억 5천만 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주식에 도박처럼 심하게 빠져있었고 이로 인하여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었다. 돈이 생겨도 빚을 갚기는커녕 또 다시 주식에 올인할 정도였고, 친부모가 모두 사망할 무렵에는 빚이 4억 2천만 원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또한 경찰은 장씨의 내연남 고씨에게서 장씨가 부모님을 살해했다며 "내가 했는데"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대질 신문을 통해 두 진술이 일치하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재수사를 마친뒤 장씨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는 최종기소의견을 전하며 사건을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 후 수사팀은 각각 다른 부서로 흩어졌다.
그런데 얼마 후, 수사팀이 가장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피의자 소재 불명으로 기소중지. 장씨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또다시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다. 진작에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장씨를 구속수사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다급히 전국에 수배령이 내려졌지만 지금까지도 그녀의 종적은 찾을 수 없었다.
당시 홍종현 담당 형사는 "수사를 엄청 방대하게 진행했는데 계속 잡았다가 놓치고 잡았다가 놓치고 이런 상황들이 너무 허탈하다. 당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면, 재판하는 과정 중에 충분히 자백을 받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아서 사실 원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기소는 중지되었고 현재도 행적이 묘연한 장씨는 지명수배되어 도주 중인 상태다.
과거 해당 사건을 조사했던 이대우 형사는 강력반으로서 마지막 사건이었던 장씨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회한이 컸다. 수사관으로 범인을 놓쳤다는 오점이 될 수 있었던 사건임에도 공개적으로 이 사건을 밝힌 이유다. 수사는 이미 검찰로 넘어갔지만, 이 형사는 조사가 가능한 선에서 장씨의 생활반응을 계속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별다른 단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형사는 장씨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또다시 제3자의 명의를 훔쳐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형사는 "그동안 장씨의 범죄 형태를 봤을 때, 분명히 누군가는 지금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그걸 예방도 하고 빨리 조기검거를 해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법정에 세워서 정말 진실이 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이 사건은 아직 모든 진실이 모두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은 미제 사건이다. 장씨의 사기죄는 확실하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존속살해범 여부는 아직 단정할수 없다.
하지만 장씨는 수사기관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숨어버렸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그녀로 인하여 억울한 피해를 당했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잔혹한 미스터리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장씨 단 한 사람 뿐이다. 그녀가 하루 빨리 체포되어 더 이상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법의 심판을 받는 날이 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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