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한 장면.
SBS
최수진은 사업 실패로 시댁에 빚을 지고 쫓겨났다고 자신을 소개했으며, 박은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최수진을 살뜰하게 챙겨줬다. 그런데 정작 최수진은 박은지의 명의를 도용하여 여러 남성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뒤통수를 쳤던 것이다.
김세아, 박은지, 최수진 세 개의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경찰은 용의자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그녀를 찾아냈다.
2012년 8월 동두천, 경찰에 폭행 신고를 한 여성이 등장했다. 여성은 내연남에게 폭행을 당해 온몸에 멍이 가득하고 옷도 다 찢긴 상태였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이 신원 확인을 위하여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자, 여성은 주저하며 돌연 신고를 취소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경찰이 이름과 주민번호만이라도 대라고 하자 마지못해 그녀가 밝힌 이름이 바로 박은지였다.
수상함을 느낀 경찰이 여성의 지문 조회를 한 그 결과, 그녀의 정체는 34살로 두 아이의 엄마인 장서희(가명)라는 인물로 밝혀졌다.
장서희는 진짜 박은지씨 집에서 나온 뒤, 내연남 고씨를 만나 동거를 했고, 장씨가 고 씨의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한 일로 두 사람의 싸움이 격해지며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것. 참다못한 장씨가 신고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자기 덜미가 잡히는 자승자박이 되어버렸다.
장씨의 사기행각은 생각보다 더 치밀했다. 장서희는 박은지씨의 이름으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며 위조 신분증까지 만들어 '완벽한 타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더 무서운 진실이 아직 남아있었다. 충격적이게도 그녀는 단순한 사기범만이 아니라 '존속 살해 피의자'로 지명 수배되어 있던 인물로 드러났다. 장씨가 끊임없이 타인의 신분을 훔쳐서 가짜 인생을 살아가야 했던 진짜 이유였다.
2010년과 2011년 사이, 장씨의 친모와 친부는 각각 의문의 화재사고와 추락사고로 5개월 사이에 연이어 사망한다. 공교롭게도 현장에 모두 장씨가 있었다. 초기 조사에서는 장 씨에게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여 그대로 묻힐 뻔했지만, '범죄 사냥꾼' 이대우 형사와 서대문 경찰서 강력팀은 무언가 수상함을 느끼고 사건을 끝까지 추적했다.
그리고 수사팀은 장씨의 친부가 암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사고 보름 전 장씨가 그 보험금의 수익자를 본인으로 변경한 사실을 알아냈다. 장씨는 부모님이 사망한 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독촉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은 장씨를 존속 살해 혐의 피의자로 특정하고 조사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결백을 주장하던 장씨는 조사를 받던 도주했고 오랫동안 지명 수배자로 남은 상태였다.
뜻밖의 폭행 사건으로 덜미가 잡힌 장씨. 과연 그녀는 법의 처벌을 받았을까. 놀랍게도 그녀는 경찰서를 제 발로 걸어서 유유히 빠져나갔다.
검찰이 장씨의 부모 사망 사건을 보험 살인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해버린 것이다. 검찰은 보험 가입과 보험료 납부를 장씨가 한 것이 아니고, 무리한 수익자 변경과 보험금 독촉만으로는 보험 살인의 직접적 증거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존속 살해 혐의'로 지명 수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