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위기>는 출연배우와 세계관이 모두 바뀌었음에도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주)쇼박스
속편에서 주인공이 바뀐 영화들
흔히 극장가에서 영화 한 편이 흥행에 성공하면 제작사에서는 속편제작을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속편 제작이 현실로 이어지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의 흥행으로 주연배우들과 감독의 인지도와 몸값이 올라가면 속편에서 배우와 제작진을 그대로 캐스팅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전작에 출연한 배우와 감독의 캐스팅에 실패할 경우 속편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적지 않은 영화들이 주인공을 바꿔 속편을 제작하기도 한다.
지난 1994년에 개봉한 얀 드 봉 감독,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주연의 범죄액션 스릴러 <스피드>는 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3억5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얀 드 봉 감독은 <스피드>의 속편을 기획했지만 1편의 주역 키아누 리브스가 <체인 리액션> 촬영 때문에 속편 출연을 고사했다. 결국 제이슨 패트리가 새로운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된 <스피드2>는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큰 실패를 맛봤다.
1993년 안성기와 박중훈을 앞세워 서울관객 86만을 동원했던 <투캅스> 시리즈는 주인공을 한 명씩 교체하면서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갔다. 1996년에 개봉한 <투캅스2>에서는 경찰을 그만두고 갈비집을 차린다는 설정의 조반장(안성기 분) 대신 김보성이 박중훈의 새로운 파트너로 투입됐다. 박중훈이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드래곤> 출연을 위해 시리즈에서 빠진 <투캅스3>에서는 신인 여성배우 권민중이 김보성의 새 파트너로 가세했다.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1편 <두사부일체>로 서울관객 122만, 2006년에 개봉한 속편 <투사부일체>로 전국 610만 관객을 동원한 <두사부일체>시리즈는 2007년 개봉한 3편 <상사부일체>에서 배우들을 전면 교체했다. 하지만 세계관 변화 없이 이성재가 계두식, 고 김성민이 김상두, 손창민이 상중을 연기한 <상사부일체>는 전국 94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 실패했고 <상사부일체>는 오늘날 이성재의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김다미라는 걸출한 신인을 배출했던 박훈정 감독의 액션 스릴러 <마녀>는 4년이 지난 2022년 속편 <마녀2>가 개봉했다. 하지만 <마녀2>는 투자 및 배급을 맡았던 워너 브러더스가 철수를 결정한 후 제작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주인공 신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배우가 교체됐다. 2022년 6월에 개봉한 <마녀2>는 전국 2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지만 세계관이 더욱 커지게 될 3편의 제작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신현준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열게 해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