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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대표팀,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은메달

[현장] 럭비 남자 대표팀, 단체 구기종목 첫 메달... "21년 한 못 풀어 아쉽다"

23.09.27 12:21최종업데이트23.09.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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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26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이 끝난 뒤 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6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이 끝난 뒤 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장식
 
한국 남자 럭비 대표팀이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후 지금까지 열린 세 번의 대회 동안 동메달만을 차지해왔다. 

럭비 대표팀은 26일 저녁 항저우사범대학 장첸 캠퍼스 부설운동장에서 열린 남자 7인제 럭비 결승에서 숙적 홍콩을 만나 14대 7로 패배했다. 2019년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홍콩을 상대로 승리한 이후 4년째 승리가 없었던 대한민국은 노장들의 투혼에도 영국계 선수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17년 만에 딴 은메달이지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단은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17년 만에 만든 은메달

처음부터 홍콩의 공세가 대단했다. 홍콩은 빈틈을 노리고 한국 진영까지 쇄도했지만, 한국 선수들이 몸을 던져 막아내며 득점을 저지하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26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홍콩 선수들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
26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홍콩 선수들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박장식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인 6분 44초, 홍콩이 한국의 진영을 육박전으로 밀고 넘어서면서 첫 트라이가 나왔다. 홍콩은 이어진 컨버전 킥까지 성공시키며 7대 0으로 점수를 벌렸다. 아쉬운 순간은 또 나왔다. 후반 시작 직후 한국이 홍콩의 순간적인 역습을 허용하며 시작 30초 만에 한 번의 트라이를 더 허용한 것.

이대로 물러설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홍콩의 진영을 최대한 밀고 나간 대표팀은 장용흥이 공을 바닥에 찍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2분 41초에 나온 대한민국의 소중한 득점이었다. 이어 김의태가 컨버전 킥 역시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은 14대 7로 추격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남은 경기시간 4분 동안 홍콩이 자신들 진영의 문을 잠그는 전략을 썼다. 홍콩은 한국 진영에서 거칠게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 역시 킥 등을 활용해 상대 진영을 최대한 가져가려 애썼지만, 4분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결국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혼이 울리면서 한국은 은메달 획득을 확정지었다.

"국민 여러분께 추석 선물 크게 하고 싶었다"

이번 메달이 한국 럭비에게 주는 의미도 많다. 단체 구기종목에서의 첫 메달이다. 최윤 대한럭비회장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럭비 경기가 생중계되었다. 이런 관심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나에겐 아쉽다. 오늘 이후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올림픽 예선에서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26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이 끝난 뒤 한국 선수들이 서로에게 격려하고 있다.
26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이 끝난 뒤 한국 선수들이 서로에게 격려하고 있다.박장식
 
이명근 감독도 경기 직후 "우리의 환경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을 해나가야 하는데, 아쉽게도 홍콩 쪽에 운이 따른 것 같다. 국민 여러분께 추석 선물을 크게 해 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그럼에도 은메달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파리 올림픽 티켓을 따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겠다"라며 "지금 훈련하고 있는 상비군 선수들이 다시 모여서 4주간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럭비의 이번 아시안게임 도전기는 26일 마무리되었다. 선수들은 27일 한국으로 출국해 각자의 팀으로 복귀, 10월 중순 열릴 예정인 전국체육대회를 준비한다.

10월 22일에는 다시 대표팀이 소집된다. 11월 18일과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파리 올림픽으로 향하는 최종 예선전이 열리기 때문. 한국은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경기에 2진을 파견하기에 사실상 이 대회가 올림픽으로 가는 유일한 기회다.

아시안게임은 끝났지만, 한국 럭비의 2023년 시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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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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