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라 앤 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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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니는 특별한 존재다. 그 이름만으로도 그가 만드는 것이 어떠할지 짐작되는 인물이다. 마치 우리집 앞에 가게를 두고 있는 만두명장 남궁돈 선생이라거나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의 귀여니 작가라거나 같은 리그 투수들의 평균구속보다 20km/h 쯤은 느린 공을 던지던 유희관 선수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들의 특별함은 만두 앞에 남궁돈을, 소설 앞에 귀여니를, 직구 앞에 유희관을 붙이게 했다. 존 카니도 그러해서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존 카니 영화라고 부른다.
영화계 전체를 통틀어도 그런 존재가 많지는 않다. 우리는 액션영화와 멜로영화, 서부극과 누아르를 구분하지 사람의 이름으로 장르를 나누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존 카니와 같은 지극히 희귀한 존재만이 그와 같은 영광을 얻는다.
이를테면 찰리 채플린과 성룡, 오우삼과 왕가위, 스티븐 스필버그와 크리스토퍼 놀란, 한국에는 이창동과 봉준호, 마동석 같은 이가 그런 류로 꼽힐 것이다. 말하자면 채플린 영화와 놀란 영화, 봉준호 영화와 마동석 영화란 말이 쓰는 이와 읽는 이 사이를 오해 없이 오간다는 뜻이다.
존 카니가 바로 그런 존재다. 사람들은 카니의 영화를 맞이하며 제 귀가 즐거울 것을 기대한다. 적절한 낭만과 적절한 즐거움 속에 매력적인 음악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저 유명한 <원스>로 성공을 거머쥔 뒤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로 제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알린 카니다. 카니의 영화엔 언제나 음악이 중심에 있었고, 그를 중심으로 꿈에 대한 열망,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절로 배어나는 이야기가 섬세하게 펼쳐졌다. 세상에 이런 이야기를 카니보다 잘 푸는 감독이 없었으니 카니의 영화를 사람들은 존 카니 영화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