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덟 개의 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아버지의 죽음 뒤 다시 만난 옛 친구
겨울이다. 그 옛날 몬테로사에 올 때마다 머물던 집 벽난로에는 무슨 일인지 불씨가 살아 있다. 피에트로는 난로 앞에서 밤을 보낸다. 이튿날 들려오는 오토바이 엔진소리, 집 앞에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서 있다. 그가 브루노란 걸 역시 수염이 덥수룩한 피에트로는 단박에 알아차린다. 어떠한 교류도 없이 십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턱수염을 칭찬한 뒤 피에트로가 말한다. 불을 피워줘서 고맙다고.
브루노는 피에트로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피에트로의 아버지가 남긴 집으로 간다. 산 깊은 곳에 있는 그 집은 집이라기보다는 반쯤 무너진 폐건물이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제게 남긴 것이 쓰레기라는 사실에 낙담한다. 그러나 브루노는 여기에 다시 집을 짓자고 한다. 그것이 피에트로의 아버지가 저와 한 약속이라며, 피에트로에게 일을 도우라고 한다. 피에트로가 떠나 있던 사이 브루노는 피에트로의 아버지와 연락을 했던 것이다.
영화는 피에트로와 브루노가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다시 집을 짓는 과정을 그린다. 그 집이 완성된 뒤 삶을 던져 할 일을 찾은 이와 찾지 못해 떠도는 이의 모습을 그린다. 끊어졌던 연이 다시 이어지고, 그 연으로도 끌어올릴 수 없는 무너짐을 그린다. 상실과 회복, 희망과 절망, 우정과 고독이 두 시간 이십분 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