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프리즘스틸컷
필름다빈
다름이 일으키는 낯섦의 감상
영화 한 편을 찍어도 소외된 이들의 접근성을 키우기 위하여 배리어프리로 제작하고, 제가 참여한 영화제에도 이를 관철하여 장애인들의 문턱을 낮추기도 했으니 보통의 행동력과 공감력을 가진 이가 아닌 것이다. 영화 속에 보이는 오재형의 일상 또한 그와 같아서 나는 그의 삶 가운데 나와 닮아 있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질 못하였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그 다름과, 다름이 일으키는 낯섦의 감상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 피아노 건반을 뚱땅거리고,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장식들을 만들고, 그걸 집 벽에 얼기설기 붙이고는 그 위에 프로젝터로 온갖 영상을 쏘아비추고, 다시 그 곁에 앉아 남이 작곡한, 때로는 자기가 직접 만든 음악을 연주한다. 그리고 이 모두를 영상으로 찍어내니, 이 일련의 행위는 보통의 정성으로는 쉽게 이룰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정성이란 의미 있는 일에서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 확인되는 정성을 보고 있자면 오재형은 제가 하는 행위가 참말로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간명한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뒤늦게 배운 피아노 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오재형은 자고 일어나 피아노를 치고 학원에 가서 단련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낸다. 그러다 공연을 하자는 제안이 오고 그걸 덥석 물어서는 색다른 공연을 준비한다. 연주할 곡의 작곡을 부탁하고 열심히 연습하여 남들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연주를 펼쳐낸다. 이건 그 과정이 담긴 영화로 일종의 메이킹필름 쯤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인데, 이 안에 담긴 여러 영화적 시도들과 좀처럼 하나로 묶이지 않는 온갖 이야기들이 영화를 그와 다른 무엇처럼 보이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