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밴드 실리카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말년 병장 시절, 훈련을 위해 장갑차를 타고 철원에 갔다. 철원의 추위에 온몸이 얼다시피 했다. 철원을 떠나면서 '다시는 이곳에 올 일이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뮤직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주기적으로 철원을 찾게 될 줄은.
2018년 탄생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하 피스트레인)'은 분단의 상흔이 남아있는 고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상업성 대신 다양성을 추구한 큐레이션과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로 음악 마니아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팬데믹과 두 번의 취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삭감 등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활로를 모색해 왔다.
지난 9월 2일부터 3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 일대에서 네 번째 피스트레인이 열렸고, 9개국 26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올해에도 아티스트의 면면은 다채로웠다. 래퍼 짱유와 프로듀서 제이플로우의 '힙노시스 테라피'부터 그랬다. 짱유는 공연 도중 무대 밑으로 내려가 관객들과 함께 직접 슬램을 즐기고, 관객 다섯 명을 무대 위로 올렸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첫날 대낮부터 사라졌다.
'전자 음악가'의 정체성을 강조한 씨피카는 모처럼 많은 관객에게 자신의 세계를 마음껏 뽐냈다. 일본의 인디 밴드 데이글로(DYGL)는 스트록스의 젊은 날을 소환했다. 밴드 실리카겔은 자신들이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밴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Z세대 록 팬의 송가가 된 노래 'NO PAIN'으로 관객을 단합시켰고, 'Tik Tak Tok'에서 김춘추가 들려준 기타 솔로는 철원을 환각의 세계로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