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 시간의 종말포스터
BBC
영국 BBC의 명품 드라마 <닥터 후>는 무려 반세기 넘게 방영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드라마 시리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까지 10여 년 동안 휴방기를 가졌으나 BBC에선 이 드라마가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라 확인했을 만큼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휴방기 이후 나온 뉴 시즌만도 10개가 넘어섰는데, 그 중간 별도로 작품성 있는 단편을 내놓은 것이 이른바 <닥터 후> 스페셜이다.
<닥터 후: 시간의 종말>은 네 번째 뉴 시즌 뒤 나온 5편의 스페셜 중 하나다. <닥터 후>를 애정하는 이른바 '후비안'들에게 이 작품은 특별한데, 이는 다름 아닌 재생성(regeneration)이 이뤄지는 흔치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배우의 노화 피하는 장수드라마의 설정
재생성은 OTT 서비스 업체들이 등장하며 가히 전 세계적 시장을 확보한 드라마 산업에 있어 여러모로 흥미로운 설정이다. 이는 실사 드라마가 필연적으로 지니는 한계를 아이디어를 통해 극복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어낸 비결이라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무려 수십 년을 가로질러 제작되게 되면 주인공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의 노화를 피할 수가 없다. 주인공이 나이를 먹어도 전개 상 무리가 없는 드라마도 있을 수 있겠으나, <닥터 후>의 주인공 닥터처럼 인간보다 노화가 천천히 오는 데다 훨씬 더 긴 수명을 가진 외계종족을 보여주려면 배우의 노화를 시청자에게 가리는 선택을 할 밖에 없다. 바로 여기서 재생성이란 개념이 탄생한다.
재생성은 육체의 수명이 다한 타임로드가 새로운 신체를 맞이하는 일을 가리킨다. 동일한 기억을 새로운 육체에 담아 제 영속을 이어가는 것이다. 같은 기억을 갖긴 했으나 육체가 다르니 완전히 동일한 존재라고 볼 수는 없겠으나 기억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체성의 상당부분이 유지되어 닥터라는 캐릭터를 이어가게 된다. 그리하여 재생성을 할 때마다 닥터는 조금씩 다른 성격과 기질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닥터 후> 전성기 이끈 테넌트의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