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은 1억8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트로이>와 같은 날 개봉해 흥행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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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또는 어쩔 수 없이 탄생하는 B급 영화
블록버스터와 반대되는 개념의 영화를 의미하는 'B급 영화'는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를 의미하기도 하고 제작비와 무관하게 특정한 표현과 정서를 가진 '서브컬처 영화'를 뜻하기도 한다. 물론 감독과 배우가 의도적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일반상업영화와는 다른 정서의 영화를 만들 때도 있고 조악한 완성도 때문에 본의 아니게 'B급 영화'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배우 겸 감독 벤 스틸러는 할리우드에서 B급 코미디의 정서를 대중들에게 가장 잘 전달하는 영화인이다. 특히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 제작을 맡은 <쥬랜더>는 그의 'B급 감성'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다. 벤 스틸러는 <피구의 제왕> <트로픽 썬더> 같은 B급 코미디 전문으로 유명하지만 세 편 합쳐 13억 5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린 <박물관이 살아있다> 같은 평범한(?) 코미디 영화에도 출연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홍콩에는 1990년대 홍콩 코미디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희극지왕' 주성치가 있다. 벤 스틸러와 마찬가지로 배우와 감독을 겸하고 있는 주성치는 평범한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B급 코미디로 홍콩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에서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렸다. 물론 주성치 영화들이 B급 감성으로 무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1년에 최소 네다섯 편의 영화에 겹치기 출연하며 속성으로 영화를 찍어야 했던 홍콩영화계의 슬픈 현실도 담겨 있다.
2000년 단편영화들을 묶은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한 '액션키드' 류승완 감독은 이듬해 임원희 주연의 온라인 단편영화 <다찌마와 리>를 선보였다. 의도적으로 과장된 연기와 흑백영화 시절을 연상케 하는 연출, 그리고 후시녹음을 통해 관객들에게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 B급 코미디 <다찌마와 리>는 7년이 지난 2008년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제목의 장편영화로 재탄생했다.
영구아트무비 소속으로 1999년에 개봉했던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 각본작업에 참여했던 박희준 감독은 2001년 홍콩스타 여명과 떠오르던 신예 이나영을 캐스팅해 장편 데뷔작 <천사몽>을 연출했다. 하지만 <천사몽>은 조악한 완성도로 엄청난 비판을 받으면서 서울관객 1만 2000명에 그쳤다. 벤 스틸러와 주성치, 류승완 감독의 영화들이 '의도적인 B급 영화'였다면 <천사몽>은 낮은 완성도 때문에 'B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였다.
인생 걸기엔 완성도가 너무 처참했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