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 스틸컷
BIFAN
포크 호러의 역사를 망라하는 다큐멘터리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는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호러', 그것도 한국어로는 토속적 공포쯤으로 풀이되곤 하는 '포크 호러'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품이다. 영화나 소설의 장르 가운데 하나로 짧게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인기를 끈 공포물의 한 분과를 추적하여 그 안에 깃든 유의미한 역사를 끌어내는 작업을 진행한 다큐멘터리라 하겠다. 작품 가운데 정신이상을 보이는 여성캐릭터의 모습 등을 오래 추적해 온 감독 키에르-라 재니스는 이 영화로 제 오랜 작업 가운데 가장 빛나는 성취를 이루었단 평가를 얻었다.
무려 3시간이 훌쩍 넘는 이 다큐는 지난 시대 영국 영화를 중심으로 가히 전 세계 영화를 오가며 포크 호러의 양상을 추적한다. 중심이 되는 건 영국이지만 동유럽과 남북 아메리카대륙, 호주, 아시아 등이 모두 등장하고, 도시와 시골 등 다양한 공간이 망라된다. 민담부터 전설, 제의 등 다양한 형태의 포크 호러 형태가 등장하고, 종교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모두 소재로 쓰이는 이 방대한 분과를 포크 호러라는 하나의 장르로 묶어 부르는 이유를 차츰 납득시켜 간다.
얼핏 흔한 공포물로 지나칠 수 있는 여러 작품 가운데 시대와 인간 내면의 무엇을 읽어내는 일은 흥미롭다. 수많은 괴담이 태동한 배경 가운데서 인간이 이룩한 사회의 면면들과 그것이 오작동하며 빚어낸 공포의 씨앗들이 발견되는 모습도 그러하다. 급변하는 사회상 속 구시대의 가치와 새 시대의 무엇이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의 오류들을 포크 호러 적 상징들로 풀어내는 모습은 이 같은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끔 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