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북 오브 러브> 스틸컷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북 오브 러브>는 '초월 번역'을 소재 삼았다. 초월 번역이란 원문의 느낌과 어감을 직역하기보다 번역가와 언어권 문화 사람들에게 쉽게 읽히도록 의역하는 창작 영역이 반영된 작업이다. 봉준호 감독은 타문화를 이해하는 데 1인치의 장벽을 예로 들었지만 헨리의 어휘력은 누가 와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마리아는 거의 새로 쓰다시피 했다. 캐릭터 수정은 물론이고 새 캐릭터와 서사도 만들었다.
전반적인 콘셉트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헨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본다면 사랑에 빠질 게 아니라 소송을 준비해야 될 것 같지만.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특성상 번역은 매개체일 뿐 그 이상의 기능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속편 제작을 위한 협업에만 이용된다. 즉 작가는 경험을 재료 삼아 좋은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둘의 공동작품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마리아의 작가 데뷔까지 성공적으로 이룬다. 멕시코 여성의 사회 진출 어려움까지 녹여 상업적인 재미도 안착한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막장 드라마와 비교할 수 있는 텔레노벨라(Telenovela)도 등장한다는 거다. 텔레노벨라란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장르다. TV에서 볼 수 있는 일일연속극으로 남녀 간 사랑을 주제로 빈부격차, 출생의 비밀 등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불륜, 배신을 다루는 통속극이다. '또야?' 싶은 보편적인 이야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유를 살피며, 결국 고전은 돌고 돌아 우리 마음속에 안착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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