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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도 흠모했던 전설, 철원에 온다

2차 라인업 발표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3.06.22 17:39최종업데이트23.06.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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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차 라인업 포스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차 라인업 포스터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페스티벌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아 온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하 피스트레인)이 지난 6월 22일 2차 라인업을 발표했다. 2018년 음악을 통해 평화를 노래한다는 컨셉과 함께 등장한 피스트레인은 접경 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 철원군에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부여했다. 분수 앞에 설치된 무대 앞에서 아티스트와 노인, 청년, 어린이가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은 이 페스티벌의 상징적인 풍경이 되었다.

피스트레인은 '비상업적이면서 대중 친화적인 페스티벌'을 지향하며, 파격적인 노 헤드라이너(NO Headliner) 콘셉트를 내세운다. 피스트레인의 라인업은 한국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중 가장 이질적이다. 관객 동원력이 있는 유명 뮤지션만을 섭외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헝가리, 대만 등 다양한 국가의 생소한 뮤지션 역시 섭외한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원년 멤버 존 케일, 섹스 피스톨스의 원년 멤버 글렌 매틀록 등 음악사적으로 큰 업적을 세운 전설, 잔나비와 혁오, 이승환 등 대중에게 친숙한 뮤지션까지 모두 이 페스티벌을 거쳐 갔다.

2018년 출범 이후 강원도와 철원군의 보조금으로 진행되었던 이 페스티벌은 지난해 지자체로부터 받는 보조금 예산이 1/3로 축소되는 위기를 겪었다. 피스트레인은 페스티벌의 규모를 축소하고, 유료화 전환을 통해 자립을 모색했다. 페스티벌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장대비 속에서 한영애가 '조율'을 부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올해 피스트레인은 강원도의 보조금을 대체하는 철원군의 보조금 지원과 유료화를 통해 더욱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페스티벌로 전환한다. 올해의 키 메시지는 '너만의 리듬에 맞춰(Dance to your own rhythm)'다.

'크라우트 록'의 창시자, 한국 땅 밟는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 사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 사진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지난 22일 공개된 2차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미하엘 로터다. 글렌 매틀록(2018), 존 케일(2019)의 뒤를 잇는, 레전드 뮤지션 섭외다. 미하엘 로터는 독일의 크라우트 록, 모토릭(motorik) 비트를 상징하는 밴드 NEU!(노이!)의 원년 멤버이자, 크라프트베르크의 초기 멤버로도 활동했다.

노이가 1972년 발표한 첫 앨범 'NEU!'는 포스트 펑크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데이비드 보위가 독일에 머물며 명반을 작업하던 시절, 보위가 미하엘 로터에게 협업을 제의했지만, '너무 상업적이다'라는 이유로 협업 제의를 거절한 일화도 알려져 있다. 수십 년 동안 타협이 없었던 음악 세계를 철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모든 노래를 웨일스어로 부르는 영국 웨일즈 출신의 밴드 크로마(CHROMA), 시리아 출신의 일렉트로니카 듀오 투트아르드(TootArd), 콜롬비아의 쿰비아 그룹 '프렌터 쿰비에로(Frente Cumbiero)', 태국 인디씬의 세련미를 보여주는 키키(KiKi)등 올해에도 다양한 국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합류했다.

페스티벌에서 울려 퍼질 '낭만에 대하여'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 사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 사진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국내 뮤지션으로 눈을 돌려 보자. '상업적 인디'를 추구하는 밴드 아도이를 비롯해, 이디오테잎과 씨피카, 소금, 게이트 플라워즈 등 개성있는 국내 뮤지션이 여럿 합류했다. 첫날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최백호도 눈에 띈다. 2019년의 정태춘 박은옥, 2022년의 한영애, 윤수일 밴드처럼, 도시에서 온 청년과 철원 지역의 주민을 아우를 수 있는 전설이다. 최근 발표한 앨범에서는 죠지, 지코, 개코 등 젊은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펼치기도 했다. 여러 세대를 관통하는 명곡 '낭만에 대하여'와 '영일만 친구'가 철원에서 울려퍼질 순간이 기대된다.

한편 앞서 발표된 1차 라인업에는 미국의 인디록 밴드 마일드 하이 클럽(Mild High Club), 영국의 포스트펑크 밴드 'HMLTD', 일본의 스트록스라 불리는 밴드 DYGL, 뉴진스의 프로듀서이자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인 250, 인디 밴드 실리카겔, 싱어송라이터 이상은, 짱유와 제이플로우가 결성해 실험적인 힙합을 선보이는 힙노시스 테라피 등이 포함되었던 바 있다.

올해 피스트레인의 라인업을 직접 큐레이션한 이수정 기획국장은 "명성을 넘어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지키며 수십 년 간 활동해 온 국내외의 레전드 아티스트의 귀한 무대와, 다양한 장르 속에서도 페스티벌 바이브라는 결로 꿰어져 라이브 공연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국내외 음악가가 라인업에 포진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3 티켓은 6월 22일 정오부터 멜론 티켓애서 구매할 수 있다. 철원군민과 지역 내 복무 중인 군인은 네이버 사전 예약 후 무료 참여가 가능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그리고 코로나 19가 실질적으로 종식된 올해. 새로운 콘셉트, 새로운 이름의 뮤직 페스티벌 역시 연이어 열리고 있다. 그러나 피스트레인처럼 과감하고 더전적인 큐레이션을 준비할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은 없다. '비상업적이면서 대중 친화적인 페스티벌'이라는 지향점에 맞게 음악 신(Scene)의 다양성과 역동성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최소한의 대중성을 확보했다. 경계없는 춤을 추구하는 철원행 열차가 예열 중이다.
DMZ 피스트레인 피스트레인 최백호 미하엘 로터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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