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믹스드 바이 에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종종 기대하지 않은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의 한마디로 생각지도 않은 영화를 접할 때가 있다. OTT 콘텐츠가 넘쳐나 양질의 콘텐츠를 구분하기 힘들어진 요즘 들어 그런 경우가 많아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탈리아 영화 <믹스드 바이 에리>가 그런 콘텐츠다. 누군가의 한마디로 생각지도 못한 영화를 접했고 감명받았다.
영화 <믹스드 바이 에리>는 제목과 동일한 '믹스드 바이 에리'라는 믹스 테이프로 막대한 부를 쌓으며 1980년대 이탈리아를 장악하다시피 한 실존인물 엔리코 프라타시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보고 듣고도 믿기 힘든데, 믹스 테이프 따위로 어떻게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가 콘텐츠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반증이 아닌가도 싶다.
한편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시드니 시빌리아다. 그는 1960년대 이탈리아의 엔지니어 조르지오 로사가 인공섬을 만들어 독립국을 선포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2020년 꽤 화제를 뿌린 바 있다. 이탈리아 현대사를 뒤흔들 만한 실화를 가져와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알차게 진행 중인 것 같다.
성공과 몰락의 서사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실화는 힘이 세다. 믹스 테이프 따위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겨 막대한 부를 쌓으며 세상을 뒤흔든 이야기. 실화라고 하지 않았으면 당연히 오리지널 각본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그럼 이 실화에서, 아니 영화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전하려 했을까?
우선 성공과 몰락의 서사로 스토리텔링의 재미를 전한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누구도 하지 못한 성공, 가진 것 없고 할 줄 아는 건 하찮기 이를 데 없는 것밖에 없는 삼 형제의 드라마틱한 성공, 구매 수요를 정확히 예측한 후 위험을 무릅쓴 공급으로 맞이한 당연한 듯한 성공까지 하나의 성공에서 여러 가지 면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은 반드시 몰락을 가져온다. 몰락까진 아니더라도 내리막길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그게 인생사, 내리막길을 얼마나 잘 내려가느냐가 관건일 테다. 대성공한 삼 형제는 말 그대로 몰락한다. 그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한다. 그들도 자신들의 사업이 마냥 떳떳하진 않았던 듯, DJ의 선곡이라는 명분 하에 남이 만든 음악들을 위조해 팔았으니 말이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영화를 동적으로 흐르게 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