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규 PD
황순규 제공
- 'N수생'들이 의대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거 같아요.
"'N수' 해서 의대간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의사라는 직업의 '안정성'을 우선으로 꼽았어요. 최근 4년간 N수생으로 의대에 들어온 비율이 77%예요. 저는 이 수치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대에 가려는 학생들은 최상위권 학생들이에요. 공대나 다른 곳에 들어가 있던 친구들이 대학 와서 공부해보고 의사만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죠. 자기는 점수 1~2점 차이로 의대를 못 갔는데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래서 N수생들이 77%나 차지하고 있는거죠.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거죠."
- 산청의료원의 경우 연봉 3억 6천을 준다고 해도 내과 의사를 못 구한다고 하던데요.
"산청이 물론 지방 도시이기는 합니다만, 내과는 필수 진료 과목이잖아요. 1년 넘게 구해지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방의 의료공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 취재를 했고요. 내과 전문의 채용에 월 3천만 원, 연봉 3억 6천만 원의 조건으로 5차례 재공고가 나왔습니다. 결국 방송 직전 1년 2개월 만에 한 분을 채용했고 6월 12일부터 진료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렵게 내과 전문의가 구해졌다고 해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지방의 필수 진료 과목이 1년 넘게 공백이었다는 사실은 문제죠."
- 인천의료원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던데요.
"수도권에 위치하고 시스템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인천의료원도 1년 2개월째 신장내과 의사를 못 구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그리고 혈액투석기 35대가 의사가 없어 멈춰 있는 모습을 직접 봤는데 안타까웠습니다. 저희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인천의료원뿐만 아니라 대구, 청주, 충주, 천안, 포항, 군산의료원 등 시 단위의 규모가 큰 의료원들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절반 이상이 의사가 없어 휴진하고 있었습니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님은 절대적으로 '의사 수 부족'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의대 정원을 늘려서 의사 숫자가 많아지면 결국은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고 계셨습니다."
-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될까요? 지금도 돈 되는 과로만 몰리고 소아청소년과 등은 안 가려고 하잖아요.
"맞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 논리가 바로 대한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논리예요.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숫자가 늘어나면 쏠림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라는 거죠. 저는 의사협회의 논리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대 정원 확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 18년 동안 의대 정원수를 묶어놓는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동시에 의사협회가 얘기하는 배치의 문제, 환경과 시스템을 같이 고민해야겠죠. 의사 수가 어느 정도 있어야 그러한 배치의 문제도 고민할 수 있는 거죠. 다시 말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필요 조건은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의사협회는 왜 의대 정원 증원 반대하는 거죠?
"첫 번째가 방금 말씀하신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공백이나 필수 인력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거죠. 두 번째 대한민국 인구는 자연 감소추세에 있어서 의사를 늘릴 필요가 없고 늘리면 나중에 의사 과잉이 될 것이라는 거죠. 그러나 일각에서 '인구는 줄고 있지만 고령화가 훨씬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병원을 많이 찾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해요. 의사 수 부족으로 일어나고 있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의사 숫자가 어느 정도 있어야 지방에 근무하는 의사도 생길 것이고, 의료 공백이 어느 정도 해결될 거다'라고 말씀하시는 의사분들도 많았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직업의 자유라는 게 있잖아요. 의사들도 본인이 근무하고 싶은 시기, 지역을 선택할 자유가 분명히 있죠. 그렇지만 이걸 거꾸로 생각해 보면 '특정 자격이나 직업에 진입할 정원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라는 건 국가가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펼치는 정책의 일부라는 생각입니다. 즉, 의대 정원수를 전체 국민의 도움이 될 적정선을 판단해 정해야지 한쪽의 주장만 받아들여 18년 동안 늘리지 않고 있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의사들의 권익을 대신하는 대한의사협회 쪽에서는 충분히 그런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국민에게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이 명확하다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저희에게 보내온 답변을 보면 '필수 의료인력 부족과 고령화 등 의대 정원 확대는 꼭 필요하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이제는 국민만을 생각하며 결정해야 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여러 가지 의제를 놓고 회의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역은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도 잘 아실 거예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질을 유지하고 의료 공백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인지 프로그램 댓글 등 시청자 여론이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6월 초에 있을 회의에서는 조금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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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