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킨> 스틸컷
IMDb
회차가 거듭될수록 더 이상 시간 여행은 낭만이 아닌 생존이 된다. <미드 나잇 인 파리>처럼 시간 여행으로 삶을 뒤흔든 작가를 만나 영감을 얻거나, <어바웃 타임>처럼 사랑을 이루는 즐거움이 아닌, 존재 이유를 만들어 가야만 하는 숙명이 펼쳐진다. 이 과정이 <킨>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조마조마한 시청자의 마음을 들쑤시며 안달복달하게 만든다.
데이나가 시간여행하는 이유는 바로 '혈연'이었다. 제목이 <킨>이지만 원제는 KINDRED 혈통, 친족이란 뜻이다. 루퍼스가 죽으면 데이나는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후대가 선대를 보호해야만 하는 특별한 할아버지의 역설(타임 패러독스)을 흑인 여성이 주도하면서 임파워링을 쌓아간다.
그래서일까. 이 시리즈는 단순한 SF 장르, 흔한 타임슬립물이 아니다. 인종, 젠더, 권력 등 인류의 근원적인 문제점과 가족에 대해 다룬다. 페미니즘과 인종차별, 노예제도까지 한목에 담은 SF 드라마, 그 이상의 역사서이자 흔치 않은 작품이다. 스타일면에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닮았다.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노예 제도의 문제점을 다루며 시대상을 훑어볼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비록 다음 이야기를 지켜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숨 가쁘게 드라마에 이어 원작까지 읽어갔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던 시간은 즐거웠다. 처음엔 헛되이 보낸 시간이라 생각했으나 돌이켜 보니 재미있었다면 될 일이었다. 남들 따라 무리하게 쫓아가지 말고 나만의 페이스로 달려보는 것.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겨 끄적거려 보는 루틴이 생겨버린 경험이었다.
비록 <킨> 시즌 2가 불투명해졌지만 어디선가 가치를 인정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득한 시대에 낙오된 데이나가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터득했듯이,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희망을 놓지 않기로 했다. 좋은 콘텐츠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부활할 것임을 믿는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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