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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생각하는 금쪽이, 오은영이 찾은 의외의 원인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23.04.29 12:15최종업데이트23.04.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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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1세 딸(금쪽이), 10세 아들, 7세 아들을 둔 삼 남매의 부모가 오은영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독서왕 금쪽이의 일기장이 공개됐는데, "나는 엄마랑 친해지고 싶은데 자꾸 멀어지게 된다", "사이가 멀어졌다 가출하고 싶다", "내가 없어져 버리면 가족들은 행복해 할 것이다" 등 위험 수위의 내용들이 발견되었다. 

영상 속 금쪽이의 밝은 모습과는 다른 어두운 이야기에 스튜디오는 술렁였다. 사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엄마는 최근 금쪽이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며, 예상치 못한 말에 무서워 사연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아빠는 일시적인 일이라 생각해 촬영을 주저했지만, 갑자기 변한 딸의 마음이 궁금해서 방송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죽음'이 궁금한 금쪽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한 장면.채널A
 
금쪽이는 방과 후 미술 학원으로 향했다. 외외로 밝은 미소와 함께 행복한 모습이었다. 또, 집중해서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금쪽이가 그린 건 '하루살이'였다. 금쪽이는 그림을 설명하며 "하루살이가 돼서 죽는 기분이 뭔지 느끼고 싶"다고 말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금쪽이는 왜 죽음이 궁금할까. 영상을 지켜보던 오은영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해졌다. 

"가볍게 생각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안돼요. 금쪽이를 도와줘야 합니다." (오은영)

죽음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면 '우울증'일 것이다. 하지만 금쪽이는 표정이 밝았고, 집중력도 높았다. 이를 토대로 오은영은 우울증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죽음이란 무겁고 다루기 힘든 감정인데, 금쪽이는 죽음이란 단어를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는 금쪽이와 함께 동네 공원을 찾았다. 일기장에 적혀 있던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금쪽이는 "나도 모르는 걸 어떡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답답한 엄마는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오은영은 엄마와 금쪽이의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친밀감은 보이지 않는다며 의아해 했다. 평소 금쪽이는 감정이 풍부한 편이었고, 속마음을 표출하려는 성향이었다. 그런데 엄마와는 감정 교류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찾아야 했다. 

친구들과 만난 금쪽이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금쪽이는 엄마와의 관계를 묻는 친구들의 질문에 "엄마와 친해지는 걸 포기했어"라고 대답했다. 금쪽이는 엄마와의 불편함을 인정하고 있었다. 오은영은 아이가 부모와 멀다고 느낀다면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부모와 애착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출산 후 육아 우울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엄마는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만지던 엄마는 시끌벅적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피해 주방으로 피신했다. 아이들이 엄마를 쫓아왔지만, 엄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싸움도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아이들이 울어도, 소리를 질러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엄마는 귀찮은 듯 침대에 누워버렸다. 독박 육아에 지쳐버린 걸까. 

일을 마치고 아빠가 귀가하자 엄마는 마치 첫째 딸처럼 신이 났다. 아이들과 있을 때와 달리 아빠와 대화할 때는 텐션 자체가 달랐다. 자녀는 뒤전이고 아빠에게만 집중했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멋쩍게 쳐다봤다. 오은영은 삼 남매가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는 편인데도 엄마가 아이들을 버거워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남편 없이 엄마 혼자 양육자의 위치일 때 힘들어 한다고 덧붙였다. 

아빠는 저녁 식사 후 밖으로 나가 형제들과 놀아줬다. 둘만 남은 모녀는 다시 어색해졌다. 불편해진 금쪽이는 방으로 피했고, 엄마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엄마는 금쪽이가 잘 있는지 몰래 확인 후 뒷걸음질쳐서 돌아갔다. 다가가서 말을 걸 수도 있었을 텐데, 엄마는 왜 딸을 피한 걸까. 엄마는 금쪽이가 자신을 불편해하고, 대화를 피해기 때문에 잘 있는지 확인만 한 것이라 대답했다. 

"아이들은 엄마만이, 아빠만이, 부모만이 해줄 수 있는 꽉 찬 시간, 대화, 사랑, 격려, 위로를 받고 싶어해요.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근데 그게 딱 빠지면 '아, 공허하다'라고 느낄 수 있단 말이에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와 마찬가지로 엄마도 '회피형 불안정 애착'이라고 진단했다. 회피형 불안정 애착의 경우 자신에게 붙으려고 하는 가까운 관계를 번거롭고 귀찮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에게 반응을 하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따라서 금쪽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없었다. 또,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애정을 받고 싶어하지만, 엄마의 표현에는 그런 것들이 쏙 빠져 있었다. 

다음 날, 모녀는 또 한번 갈등을 빚었다. 엄마는 금쪽이에게 서술형 수학 문제 풀이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금쪽이는 그런 엄마를 매우 못마땅해 했다. 풀이 과정을 듣고 싶은 엄마와 채점만 해달라는 금쪽이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다 금쪽이가 눈물을 흘리자 엄마는 "아가"라고 호칭하며 금쪽이를 안아준 후 업어서 방까지 데려다줬다. 14세 금쪽이를 마치 아기 다루듯 했다. 

혼자 남은 금쪽이의 방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화가 폭발한 금쪽이는 욕설을 쏟아냈다. 엄마를 향한 거친 말들이 난무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오은영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금쪽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건 부모만이 해줄 수 있는 긴밀한 상호 작용인데, 엄마는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장법에 따라 달라지는 양육법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한 장면.채널A
 
오은영은 엄마의 일방적 소통이 계속되면 모녀 사이는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염려했다. 또, 엄마가 유아기 양육 방식에 익숙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유아기까지는 금쪽이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금쪽이는 사춘기를 앞두고 있고, 더 성숙한 상호 작용을 원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금쪽이 동생들도 비슷한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았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양육법도 성장해야 한다. 

한편, 일상 속 무기력한 엄마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다. 많이 지쳐 보였다. 엄마는 왜 이렇게 힘겨워할까. 힘겹게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준 후 엄마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갑자기 흐느껴 울었다. 엄마는 셋째 출산 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무기력함에 한동안 방에서 누워 지냈고, 감정 기복도 심해 아이들에게 화도 많이 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다. 

엄마는 친정 엄마가 찾아오자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다가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 생계를 위해 너무 바빴던 친정 엄마는 엄마를 돌볼 여유가 없었고, 그 때문에 어린 엄마는 매일 혼자 외롭게 남겨져야 했다. 엄마에게는 아직 어릴 적 상처가 남아 있는 듯했고, 채워지지 못한 결핍이 아빠(남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엄마가 풀어내야 할 숙제였다. 

"엄마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엄마는 표정이 수시로 바뀌어. 힘든 표정, 피곤한 표정, 무표정." (금쪽이)


금쪽이는 불안한 엄마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또, 아빠와 있을 때는 밝은 엄마를 보며 엄마의 우울이 자신 탓일지 모른다고 자책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죽을까봐 불안하다며 슬픔을 쏟아냈다. 위태로움 속에서 아이들의 혼란은 깊어져 가고 있었다. 금쪽이는 엄마가 불안하게 해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엄마와 친해지는 게 소원이라는 진심을 얘기했다.

금쪽이의 속마음에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됐다. 엄마와 아빠는 속상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금쪽 처방을 제시했다. '사랑 착붙! 모녀 애착 솔루션'이었다. 우선, 말을 잘 안 하는 아이에게는 말을 강요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저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었도 좋고,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웃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가까이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는 얘기였다. 

솔루션 첫날, 엄마는 금쪽이와 함께 집에서 염색을 하며 변화의 의지를 표출했다.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금쪽이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다음 날, 연극 치료를 통해 모녀는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재연한 연극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금쪽이는 엄마도 자신처럼 외로웠다는 걸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다음 날, 모녀의 사이는 다시 냉랭해졌다. 무슨 일 때문일까. 엄마는 금쪽이에게 일기를 봤다고 고백했고, 그 말을 들은 금쪽이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리고 다시 입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엄마는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차분하게 본인의 마음을 설명했다. 이에 금쪽이도 자신의 진심을 조금씩 꺼냈다. 엄마는 금쪽이와 정서적 소통을 나누며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다음 단계의 솔루션은 '다시 쓰는 애착 일기'였다. 모녀는 함께 했던 순간들을 되짚으며 느슨해졌던 유대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 나갔다. 애착 일기가 한 장 한 장 쌓이는 만큼 모녀의 관계도 두터워졌다. 아빠도 자신의 몫을 잊지 않았다. 가족 운동회를 열어 가족들이 단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2인 3각 대결을 통해 모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어색함은 사라지고 웃음꽃이 피었다. 

서로를 불편해 했던 모녀는 이제 둘만의 시간을 편안하게 느꼈다.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어 대화를 나눴다. 금쪽이는 엄마가 점점 좋아졌다며 진심을 전달했다. 엄마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금쪽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에게 부모만이 줄 수 있는 애정을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번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건강해야 한다는 것 또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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