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한 장면.
채널A
금쪽이는 방과 후 미술 학원으로 향했다. 외외로 밝은 미소와 함께 행복한 모습이었다. 또, 집중해서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금쪽이가 그린 건 '하루살이'였다. 금쪽이는 그림을 설명하며 "하루살이가 돼서 죽는 기분이 뭔지 느끼고 싶"다고 말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금쪽이는 왜 죽음이 궁금할까. 영상을 지켜보던 오은영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해졌다.
"가볍게 생각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안돼요. 금쪽이를 도와줘야 합니다." (오은영)
죽음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면 '우울증'일 것이다. 하지만 금쪽이는 표정이 밝았고, 집중력도 높았다. 이를 토대로 오은영은 우울증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죽음이란 무겁고 다루기 힘든 감정인데, 금쪽이는 죽음이란 단어를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는 금쪽이와 함께 동네 공원을 찾았다. 일기장에 적혀 있던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금쪽이는 "나도 모르는 걸 어떡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답답한 엄마는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오은영은 엄마와 금쪽이의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친밀감은 보이지 않는다며 의아해 했다. 평소 금쪽이는 감정이 풍부한 편이었고, 속마음을 표출하려는 성향이었다. 그런데 엄마와는 감정 교류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찾아야 했다.
친구들과 만난 금쪽이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금쪽이는 엄마와의 관계를 묻는 친구들의 질문에 "엄마와 친해지는 걸 포기했어"라고 대답했다. 금쪽이는 엄마와의 불편함을 인정하고 있었다. 오은영은 아이가 부모와 멀다고 느낀다면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부모와 애착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출산 후 육아 우울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엄마는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만지던 엄마는 시끌벅적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피해 주방으로 피신했다. 아이들이 엄마를 쫓아왔지만, 엄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싸움도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아이들이 울어도, 소리를 질러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엄마는 귀찮은 듯 침대에 누워버렸다. 독박 육아에 지쳐버린 걸까.
일을 마치고 아빠가 귀가하자 엄마는 마치 첫째 딸처럼 신이 났다. 아이들과 있을 때와 달리 아빠와 대화할 때는 텐션 자체가 달랐다. 자녀는 뒤전이고 아빠에게만 집중했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멋쩍게 쳐다봤다. 오은영은 삼 남매가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는 편인데도 엄마가 아이들을 버거워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남편 없이 엄마 혼자 양육자의 위치일 때 힘들어 한다고 덧붙였다.
아빠는 저녁 식사 후 밖으로 나가 형제들과 놀아줬다. 둘만 남은 모녀는 다시 어색해졌다. 불편해진 금쪽이는 방으로 피했고, 엄마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엄마는 금쪽이가 잘 있는지 몰래 확인 후 뒷걸음질쳐서 돌아갔다. 다가가서 말을 걸 수도 있었을 텐데, 엄마는 왜 딸을 피한 걸까. 엄마는 금쪽이가 자신을 불편해하고, 대화를 피해기 때문에 잘 있는지 확인만 한 것이라 대답했다.
"아이들은 엄마만이, 아빠만이, 부모만이 해줄 수 있는 꽉 찬 시간, 대화, 사랑, 격려, 위로를 받고 싶어해요.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근데 그게 딱 빠지면 '아, 공허하다'라고 느낄 수 있단 말이에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와 마찬가지로 엄마도 '회피형 불안정 애착'이라고 진단했다. 회피형 불안정 애착의 경우 자신에게 붙으려고 하는 가까운 관계를 번거롭고 귀찮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에게 반응을 하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따라서 금쪽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없었다. 또,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애정을 받고 싶어하지만, 엄마의 표현에는 그런 것들이 쏙 빠져 있었다.
다음 날, 모녀는 또 한번 갈등을 빚었다. 엄마는 금쪽이에게 서술형 수학 문제 풀이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금쪽이는 그런 엄마를 매우 못마땅해 했다. 풀이 과정을 듣고 싶은 엄마와 채점만 해달라는 금쪽이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다 금쪽이가 눈물을 흘리자 엄마는 "아가"라고 호칭하며 금쪽이를 안아준 후 업어서 방까지 데려다줬다. 14세 금쪽이를 마치 아기 다루듯 했다.
혼자 남은 금쪽이의 방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화가 폭발한 금쪽이는 욕설을 쏟아냈다. 엄마를 향한 거친 말들이 난무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오은영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금쪽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건 부모만이 해줄 수 있는 긴밀한 상호 작용인데, 엄마는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장법에 따라 달라지는 양육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