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인> 스틸컷
M&M 인터내셔널
<라인>은 모녀의 사이를 제대로 포착한 영화다. 위르실라 메이 감독이 전작부터 꾸준히 다룬 섬세한 관계의 균형이 절정을 이룬다. 잘나가는 솔리스트였지만 마르가레트를 낳은 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삶과 그로 인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딸. 둘 다 충분히 공감되도록 설계했다.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 객관적 시선으로 탐구한다. 가깝다는 이유로 쉽게 생채기 내버리는 가장 중요한 존재를 잊지 말길 바라는 시선이다.
서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애증을 가진 두 여성의 캐릭터가 영화의 가장 큰 인상이다. 딸을 연기한 극작가이자 가수, 배우인 '스테파니 블렁슈'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강력한 캐릭터를 맡아 여운을 남긴다. 중성적인 매력과 우아한 보이스, 넘치는 활력이 어우러져, 어딘가에 숨 쉬고 있을 법한 실존 인물처럼 자연스러워 놀랍다. 엄마 역을 맡은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과 자주 협업한 베테랑 배우로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엄마 크리스티나를 맞춤옷처럼 소화했다.
제목이자 또 다른 주인공, 메시지인 '선(라인)'은 다양한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족이지만 지켜야 할 도리와 존엄을 뜻하기도 하고, 다가설 수 없는 법적 효력의 거리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감독은 복잡하고 다양한 모녀 관계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는 위르실라 메이 감독의 전작 <홈> <시스터>부터 해왔던 가족, 자매, 모녀, 남매 이야기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폭력의 이유를 찾기보다, 꼬여버린 관계를 풀기 위한 조치에 집중한다. 경계를 인위적으로 두자 가까이에서 봤을 때와 멀리서 봤을 때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철부지 엄마, 폭력적인 딸, 결혼해 출가한 딸, 종교로 도피한 딸. 뒤틀린 관계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와해되고 봉합된다. 특히 서양의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했서인지, 우리나라의 명절 때 분위기와 다르지 않아 은근한 동질감도 생긴다.
2023년 가장 뜨겁고 극적인 가족이다. 지난해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관찰할 수 있던 선 넘은 모녀 관계. 이를 뛰어넘는 끔찍하면서도 애틋한 가족을 만나 볼 수 있다. 물리적 폭력만이 상처를 내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정서적 학대, 언어폭력은 쉬이 아물지 않아 더 아프다. 가족이라도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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