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인> 스틸컷
M&M 인터내셔널
엄마는 예술가였다. 세 딸도 음악적인 소질을 물려받았다. 그중 장녀 마르가레트는 음악가 DNA를 가장 많이 가졌다. 엄마는 그런 딸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내심 두려워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혈질 기질은 부모라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철없고 히스테릭한데 자존감도 높은 엄마. 보살핌이 절실한 막내 앞에서도 자기 삶이 우선이었다. 이런 엄마의 피해망상은 고스란히 세 자매에게 투영되었다.
마르가레트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다. 과격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한없이 여린 마음을 가져 연민을 부른다. 말보다 주먹이 앞선 성격은 어쩌면 엄마의 영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딸 같은 동생 마리옹을 끔찍하게 아낀다. 천식을 앓고 있어도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하는 아이였다. 자유분방한 엄마가 수시로 애인을 바꿀 때마다 마리옹이 받을 혼란을 잘 알기에 더욱 안쓰러웠다. 그래서 며칠 앞으로 돌아온 크리스마스 공연 연습을 기꺼이 돕기로 했다. 쉽게 접근할 수 없기에 집과 100m 떨어진 야외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한편, 엄마와 언니를 동시에 사랑하고픈 소녀 마리옹은 거리를 두고 둘 다 지켜내려 고군분투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마리옹은 모녀간 말 못 할 애증 관계를 제대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사랑하지만 죽도록 밉고,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싸웠는데, 화가 식으면 생각나는 지긋지긋한 가족 말이다.
어느 집구석의 고만고만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