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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닝 2K 무실점투... '레전드' 구대성 클래스는 여전했다

[호주프로야구] 현역 복귀 알린 구대성, 19일 애들레이드전서 완벽투 선보여

23.01.20 09:56최종업데이트23.01.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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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불패' 구대성(54)이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투구였다.

질롱코리아는 19일 오후 호주 애들레이드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스포츠 스타디움서 열린 2022-2023 호주프로야구(ABL)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4연전 첫 경기에서 0-7로 영봉패를 당했다. 단 한 점도 뽑지 못한 타선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 뼈아팠다.

선발투수 김진욱(4이닝 3피안타 5볼넷 5탈삼진 3실점 2자책)이 다소 부진했고, 뒤이어 등판한 양경모(1이닝 2실점)와 이태규(2이닝 2실점)도 점수를 헌납했다. 그리고 질롱코리아가 0-7로 지고 있던 8회말, 서준원의 유니폼을 착용한 구대성이 호출을 받았다.
 
 현역으로 깜짝 복귀를 선언한 이후 19일 애들레이드전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친 구대성(오른쪽)

현역으로 깜짝 복귀를 선언한 이후 19일 애들레이드전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친 구대성(오른쪽) ⓒ 질롱코리아

 
노련함으로 승부한 구대성

질롱코리아는 애들레이드와 4연전에 앞서 16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서 "질롱코리아 초대 감독을 지낸 구대성이 정식으로 팀에 합류했다. 코치진이 아닌 선수로 활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수로 공을 뿌리고 싶었던 구대성의 요청을 이병규 감독, 구단이 수락한 것이다.

감독으로 질롱코리아의 시작을 함께한 구대성은 2019년 1월 19일 브리즈번 벤디츠전에서 구원 등판한 경험이 있다. 당시 김진우-길나온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던진 구대성의 성적은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4년이 지난 2023년, 구대성은 다시 마운드를 밟았다. 올 시즌 호주프로야구 최고령 투수는 과거 KBO리그서 뛰었던 크리스 옥스프링(46)이었는데, 그보다 8살이나 많은 '1969년생' 구대성이 최고령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당연히 구속은 예전같지 않았다. 대신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으려고 했다. 첫 타자 릭슨 윈그로브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시속 115km의 슬라이더를 몸쪽에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채워지자 구대성, 이병규 감독 모두 미소를 지었다.

두 번째 타자 리암 불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구대성은 라이언 재뉴어리에게 다시 한 번 삼진을 솎아냈다. 19구를 던진 구대성은 안타, 볼넷 모두 허용하지 않았다. 1이닝을 완벽하게 삭제한 이후 호흡을 맞춘 김기연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개최된 '레전드 40' 시상식에 참가했던 구대성. (왼쪽부터) 이상훈-정민태-KBO 허구연 총재-구대성-김기태.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개최된 '레전드 40' 시상식에 참가했던 구대성. (왼쪽부터) 이상훈-정민태-KBO 허구연 총재-구대성-김기태. ⓒ SSG 랜더스

  
포기를 모르는 구대성, 후배들에게 큰 울림 주었다

구대성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투수 중 한 명이다. 통산 성적은 569경기 1128⅔이닝 67승 71패 18홀드 214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로, 41년 동안 KBO리그에서 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는 구대성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국제무대에서도 대표팀의 선전에 크게 기여했던 구대성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의 신화를 경험했다. 현재 질롱코리아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이병규 감독도 2개 대회에서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릭스 블루웨이브( 오릭스 버팔로스), 뉴욕 메츠, 시드니 블루삭스 등 한미일 리그와 호주 리그까지 경험한 구대성은 지난해 KBO '레전드 40'에 선정됐다. 그는 지난해 2022 KBO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개최된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국내 팬들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50이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구대성의 열정은 현역 시절 그대로였다. 꾸준히 공을 던지면서 착실하게 준비해왔다는 것을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레전드는 대충 공을 던질 생각이 없었다. 구단을 통해 선수로 등판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을 때도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당시 구대성은 "1993년 프로에 데뷔했으니 이번 등판으로 30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시속 130km 정도는 던지도록 계속 몸을 만들었다. 같이 뛰는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팀에 보탬이 되도록 많은 이닝을 던져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1이닝 퍼펙트' 구대성이 올라오기 전까지 질롱코리아 투수들이 19일 경기서 7이닝 동안 애들레이드에 내준 볼넷 개수는 무려 11개였다. 대선배로서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들에게 큰 울림을 준 구대성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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