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아들과 딸> 한 장면.
MBC
엄마의 온갖 특혜 속에 살아온 아들 귀남 역시 피해자였다. 엄마의 치마폭에 싸여 자란 탓에 심성이 여리고 우유부단한 귀남은 부모의 전폭적인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늘 시달린다. 수의학공부를 하겠다고 부모에게 말도 못 하고, 후남의 펜팔 친구 미현(채시라 분)을 좋아하면서도 결단력이 없으며, 사법시험공부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한다. 귀남은 귀남대로 처지가 안쓰럽다.
다행인 건 귀남이 딸을 낳고 가정을 일구면서 이 가족에게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불어온다. 귀남이 엄마에게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가 평생 자신만 챙겨주는 게 늘 후남에게 미안했고 불편했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그런 귀남의 태도가 엄마는 영 서운하지만, 오랫동안 떨떠름했던 후남과 귀남의 관계는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한다.
시청자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건 역시 후남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것이다. 후남과 미현의 우정을 통해 여자들 사이에서도 진정한 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면도 의미 있었다. 끝까지 안타까운 인물은 엄마다. 귀남 처(오연수 분)가 둘째까지 딸을 낳자 또 본색을 드러내며 며느리를 서운하게 한다. 사람은 역시 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해진다.
그토록 뿌리 깊었던 남아선호 풍토가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퇴색된 이유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후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겪은 상처를 그대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고자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후남처럼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었을 테고, 귀남처럼 악습의 부당함을 바로잡으려는 용기를 낸 결과였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전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노인 빈곤율이 높아지고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여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4이다(출처 : 2020년 인구동향조사-출생 사망·통계, 통계청). 거의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때이다. 이런 상황에 남아고 여아고 성별을 따지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태어나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귀하디 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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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궁금한 게 많아 책에서, 사람들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