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느 때보다 이른 설 명절이 반갑기만 하면 좋으련만 생각만 해도 가슴 한 편이 답답해지는 이들도 있죠. 남편 뒷바라지만 강요하는 시어머니, 걱정인지 염장인지 모를 말만 늘어놓는 친척들, 설 연휴에도 일하라는 사장님,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추억의 빌런'까지. 그들이 보고 무언가 깨달을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 노래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
온 가족이 모이는 설이 코 앞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적조했던 삼촌, 사촌들까지 옹기종기 모일 생각을 하니 벌써 훈훈함이 집안에 가득한 것 같다. 올해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조카들 세배 돈을 얼마나 줘야 할지 고민되지만 아이들의 기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나이와 학년을 고려해 서운하지 않게 공평히 잘 배정해야 한다.
한 번은 우리 집 작은 딸이 세뱃돈을 받고 서러워 운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하던 해였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께 받은 세뱃돈이 제 오빠 고등학교 입학하던 해 받았던 액수보다 퍽 적었기 때문이다. 당장 별다른 내색은 안 했지만, 딸은 집에 돌아와 '왜 매번 오빠가 더 많이 받는 거냐'며 분개했다. 손자를 더 아끼시는 부모님의 속마음이 종종 설 같은 명절에 그렇게 드러나곤 한다. 서러워하는 딸을 달랠 말이 변변치 않아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지금이야 퇴색되어 가지만 74년생인 나 어릴 적만 해도 남아선호 풍토는 노골적이었고 비일비재했다. 1남 5녀를 둔 내 할머니는 맏이인 아버지만 대학까지 진학시켰고 밑의 고모들은 일찌감치 타지의 공장이나 미용실 등에 나가 돈을 벌게 했다. 그리고 내가 첫 딸로 태어나자 "딸 많은 집에 와 또 딸이냐?"며 엄마를 질타했고, 근심 쌓인 엄마는 부랴부랴 근처 절의 노스님을 찾아가 남동생을 볼 수 있다는 내 이름을 지어왔다고 한다.
딸이라는 이유로 근심이 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