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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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법정다툼, 믿기 어려운 실화
갈등은 급기야 소송전으로 비화된다. 삼촌은 조카가 실은 조카가 아니라 그를 흉내 내는 다른 이라고 한다. 조카는 제가 마르탱이 맞다고 주장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마르탱이라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뉜다. 살을 맞대고 수년을 산 아내가 제 남편을 몰라봤던 것일까, 그의 말대로 삼촌이 그를 모함하는 것일까.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다. 16세기 중반 프랑스의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직접 재판한 판사 장 드 코라스가 기록으로 남겼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으로 만들어졌다. 유럽 중세사회의 풍속을 훌륭하게 고증한 사극이자, 20세기 후반 만들어진 명작 법정영화이며,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명연으로 기억되는 훌륭한 영화다.
이야기는 1542년 4월 프랑스 툴루즈의 작은 마을 아르티갓에서 시작된다. 열두 살 신부 베르뜨랑(나탈리 바이 분)과 한 살 많은 신랑 마르탱 게르(버나드-피에르 도날듀 분)는 혼례를 올린다. 그러나 이들은 첫날밤을 지내지 못한다. 아직 너무 어려서일까, 신부가 마음에 차지 않아서일까, 마르탱이 남자구실을 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를 갖지 못한 신혼부부를 마을 사람들은 괴팍하게 골려댄다. 신부를 내놓으라 떠들고 마르탱을 조롱하기 일쑤다. 보다 못한 마을의 사제가 나서 부부를 발가벗겨 기둥에 묶고는 악귀를 쫓는 시범까지 보인다. 이 일이 충격적이었을까. 마르탱과 베르뜨랑 사이에서 아들 하나가 태어나고 둘은 겨우 놀림을 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