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 <내 사랑 내 곁에>는 전국 21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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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남자주인공의 불치병이 더 슬프다
물론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불치병'이 멜로물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물론 불치병은 영화와 드라마 모두 남자주인공보다는 여자주인공이 걸리는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다. 여자 주인공의 투병이 시청자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더욱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남자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리는 작품들도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에서만 72만 관객을 동원하며 1998년 청룡영화상 최다관객상을 수상한 이정국 감독의 <편지>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부터 오는 편지를 통해 남편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내용의 멜로 영화다. 영화 <유리>와 <쁘아종> 등에 출연했지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던 박신양은 <편지>를 통해 '멜로왕자'로 급부상했고 고 최진실 역시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 이어 <편지>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편지>가 관객들로 하여금 눈물, 콧물 다 짜내게 하는 전형적인 최루 멜로 영화였다면 약 두 달 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남자주인공의 질병과 죽음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주며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바로 허진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던 한석규와 심은하 주연의 < 8월의 크리스마스 >였다. < 8월의 크리스마스 >는 남녀주인공이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장면 없이도 관객들을 잔잔하게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멜로 영화였다.
21세기 들어서는 남자 주인공의 불치병이 드라마로 전염(?)됐다. 2002년 양동근과 이나영, 공효진 등이 출연한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는 주인공 고복수(양동근 분)가 드라마 시작 2회 만에 자신이 뇌종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고복수는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기 보다는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살아간다. <네 멋대로 해라>는 방영 당시 20~30대 시청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며 드라마 최초로 '팬덤'이 형성된 작품이다.
<네 멋대로 해라>의 고복수가 드라마 시작 2회 만에 머리 속에서 종양이 발견됐다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소지섭 분)은 첫 회에서 옛 애인의 결혼식장에 갔다가 머리에 총알이 박힌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찬 차무혁은 한국에서 은채(임수정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끝내 숨을 거둔다. 그리고 차무혁의 묘비에는 은채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던 '미안하다, 사랑한다(I'm Sorry. I love you)'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촬영기간 20kg 이상 감량한 김명민의 연기투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