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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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은 괴물 같은 활력이 살아 숨쉬는 영화였다. 연쇄살인범과 접촉한 아버지가 갑자기 실종된다. 딸이 자신을 두고 떠날 리 없는 아빠를 찾아 나서고, 아빠의 일터에서 아빠 이름을 쓰는 젊은 남자를 마주치게 된다. 의심 속에 이 남자를 쫓던 딸이 마주한 진실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종류였다.
형사 혹은 일반인이 사건과 인물의 진상을 쫓는 형식의 스릴러는 일본영화의 장기와도 같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위원회를 꾸리는 형식의 일본영화 제작 시스템 하에서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거장 작가들의 작품이야말로 일본 장르영화의 원천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반면 <실종>은 기타야마 신조 감독이 수 년 동안 개발했다는 오리지널 각본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의외성이나 반전은 물론이요, 중층적이면서 매력적인 서사와 캐릭터가 생동감을 자랑한다. 또 일상에서 마주할 법한 서민적이고 리얼한 상황과 독특한 동기와 악의가 치를 떨게하는 범죄자가 엮이는 과정 자체가 현실감과 신선함을 동시에 발산한다.
그러한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눈여겨 볼 만한 이력이 바로 봉준호 감독과의 연인이다. TV 출신인 신조 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한일 옴니버스 영화 <도쿄!> 중 봉 감독의 에피소드인 <흔들리는 도쿄>의 스태프로 참여했다. <도쿄!> 2008년 개봉작이니 벌써 15년도 넘은 인연이다.
'봉테일' 봉 감독의 섬세하고 인간적이며 독창적인 연출 방법에 매료된 신조 감독은 내침김에 봉 감독의 차기작인 <마더> 조감독으로 지원하기에 이른다. 봉 감독은 비록 한국어를 못 하는 유일한 일본인 스태프였지만 신조 감독의 프로포즈를 흔쾌히 수락했고, <마더> 현장에서 신조 감독은 한국영화와 봉 감독의 영화제작 시스템을 밀착해서 배울 수 있었다.
특이하고 특수한 이력이 맞다. 이후 신조 감독은 오랜 준비 끝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에 초청된 <벼랑 끝의 남매>(2018)로 데뷔했다. 또 두 번째 연출작인 <실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올해 6월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 바 있다.
그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신조 감독은 <벼랑 끝의 남매>의 관객과의 대화는 물론 지난 9일 kofic cafe에서 열린 'kofic 스페셜 토크: 한-일 영화인 대담'에 참석해 변함없는 한국과 한국영화 사랑을 자랑했다. 확실히 한국영화계를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의 소유자가 바로 신조 감독이었다.
봉준호 감독을 은인이라 부르는 일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