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신영이 KBS 1TV '전국노래자랑' 새 MC로 낙점됐다.
미디어랩 시소
방송가와 시청자들 모두 의외의 선택에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1980년 11월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어느덧 41주년을 맞이한 <전국노래자랑>은 초대 MC 이한필(위키 리)를 시작으로 이상용-고광수-송해-김선동-이호섭 등 꾸준히 남성 진행자들이 메인을 맡아왔다.
임수민을 비롯하여 강수정, 노현정, 이지애, 박은영 등 여성 MC들도 간간이 투입되기는 했지만 모두 명절이나 연말특집 등에 한정된 특별출연이었고, 남성 진행자의 보조 MC 역할에 머물렀다. 대부분이 아나운서 출신이었으나 드물게 장윤정이나 홍진영 같은 트로트 가수들이 투입되기도 했다.
최장수 MC였던 송해가 고령에 접어들고 코로나19로 인한 공백기 등이 겹치게 되면서 지난해부터 임수민 아나운서가 장기간 투입되어 여성 진행자로는 최장수 진행을 맡아왔지만,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에 따른 임시적인 역할이었다. 고정으로 여성 단독 MC는 김신영이 프로그램 사상 최초다. 전임자인 송해 역시 본래는 희극인 출신으로 김신영에게는 까마득한 대선배가 된다.
그동안 <전국노래자랑>의 MC 자리를 두고 원로 아나운서 이상벽, 방송인 이상용, 희극인 강호동-이수근, 가수 이찬원 등 쟁쟁한 인물들의 이름이 대거 거론된 바 있다. 특히 송해는 생전에 자신의 후임이 될만한 인물로 이상벽과 이수근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여성인데 아나운서나 전문MC 출신도 아닌 김신영이, 그것도 단독으로 발탁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연예계 데뷔 20년 차로 올해 38세인 김신영은 역대 <전국노래자랑> 정규 MC 중에서 최연소 진행자가 됐다.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과 인연이 있다. 김신영은 어린 시절부터 온 가족이 <전국노래자랑>의 찐팬이었고, 아버지와 실제로 프로그램에 출연자로 도전했던 일화를 방송에서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희극인 대선배이자 국민 MC였던 송해의 뒤를 이어받아 <전국노래자랑>의 MC가 되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법하다.
김신영은 소속사와 SNS를 통하여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자라온 제가 후임 진행자로 선정되어 가문의 영광"라고 밝히며 "앞으로 전국 팔도의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열심히 배우겠다. 전통에 누가 되지 않게 정말 열심히 즐겁게 진행하고 싶다. 말로 표현 못할 만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라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왜 김신영 카드를 선택했을까. 제작총괄을 맡고있는 김상미 CP는 "김신영은 데뷔 20년 차의 베테랑 희극인으로 TV, 라디오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계에서도 인정하는 천재 방송인"이라고 설명하며 "대중들과 함께 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해 새로운 <전국노래자랑> MC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송해의 장기집권 시절부터 다소 정체되고 올드해진 느낌이 강했던 <전국노래자랑>을 젊은 감각을 입혀서 새롭게 단장하겠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김신영은 방송가에서 손꼽히는 '여성 멀티테이너'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희극인으로 데뷔하여 공개 코미디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행님아' 코너를 통하여 10대 시절부터 탁월한 콩트연기로 주목받은 것을 시작으로, <세바퀴>,<무한걸스>,<승승장구>,<나는 가수다>,<정오의 희망곡>,<빼고파>, <다시 첫사랑> 등 리얼버라이어티에서 토크쇼, 라디오 MC 관찰예능까지 다양한 방송장르를 누비며 예능감과 입담을 인정받았다.
또한 김신영은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하여 걸그룹 '셀럽파이브' 트로트 가수 '다비이모'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화제작 <헤어질 결심>에 깜짝 출연하여 정극연기에서도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김신영을 전격발탁한 박찬욱 감독은 그녀를 '천재'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
다만 <전국노래자랑>의 MC 역할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김신영의 풍부한 커리어와 다재다능한 방송감각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단독 MC를 맡아본 경험은 많지 않다.
<전국노래자랑>은 프로그램 특성상 중장년층 이상시청자들의 비중이 높으며, 돌발적인 변수가 많은 일반인 출연자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과 적극적인 스킨십도 요구되는 프로그램이다. 김신영은 MC로서 상대를 살려주고 돋보이게하는 리액션보다는 주로 순간적인 재치나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본인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의 진행 이미지가 더 익숙하다. <세바퀴>와 <정오의 희망곡>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예능 위주로 활동하면서 익숙해진 김신영 특유의 통통튀는 유머 코드가 다양한 세대에게 통할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전임자인 송해의 거대한 그림자와 항상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김신영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송해는 34년간 프로그램을 이끌면서 그의 캐릭터와 진행스타일이 사실상 오늘날 <전국노래자랑>의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4년 송해가 일시적으로 <전국노래자랑>을 하차했을 때 김선동 KBS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지만 송해의 진행스타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혹평이 쏟아지며 결국 5개월 만에 다시 송해가 복귀한 바 있다. 많은 방송계 전문가들은 송해가 아니었다면 <전국노래자랑>이 지금까지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신영은 프로그램의 아이콘이었던 송해의 작고로 기로에 놓인 <전국노래자랑>의 새로운 방향성을 선두에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김신영이 대선배의 그늘에서 벗어나 <전국노래자랑>의 부활을 이끌며 선배들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여성 단독 MC로서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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