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볼프강 페터젠 감독(오른쪽)과 주연배우 브래드 피드.
판씨네마(주)
한 번쯤 돌아볼 이름, 볼프강 페터젠
다만 주요한 주변인물이 될 수 있던 파리스와 헬렌, 아가멤논, 이아손, 오디세우스 등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때문에 규모 있는 블록버스터로 그들 하나하나를 죄다 살려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고는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로이>는 기억될 만한 작품이 됐다. 신화 속에 인간의 이야기가 들었고 그 이야기가 너무나 웅장하여 다시 신화에 가 닿았다. 아킬레스가 격렬해질수록 헥토르는 위대해보였다. 신과 인간이 마주한 결투신은 말 그대로 영화사에 아로새겨졌다.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이들에게 심심한 연출이 간혹 비판을 받긴 했으나 같은 이유로 더 오래도록 기억됐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요컨대 <트로이>는 감독 페터젠의 색깔이 제대로 묻어난 독특한 영화로 남았다.
볼프강 페터젠은 할리우드에서 제법 많은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 이후로도 <퍼펙트 스톰>과 <포세이돈> 같은 대작을 연출했다. 그러나 그의 미국 대표작을 이야기할 땐 늘 두 작품이 언급된다. 하나가 <에어포스 원>이고 다른 하나가 <트로이>다. <에어포스 원> 이후 그를 넘는 비행기 납치 영화가 없었고, <트로이> 이후 그를 넘는 트로이 전쟁 영화가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볼프강 페터젠은 기억돼 마땅한 감독이었다.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볼프강 페터젠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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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