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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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능력주의 이슈도 중반부 가장 큰 논쟁 거리였다. 동료 변호사 권민우가 우영우의 채용 과정을 문제 삼고 공정성 이슈를 제기하는 대목들은 장애인을 향한 일반인들의 인식이나 사회적인 시선, 제도적인 허점들과 맞물리면서 그 의미가 더 확장됐다. 더불어 20대 남성인 권민우의 논리를 접한 시청자들은 작금의 이대남 현상이나 젠더 이슈를 소환시키기도 했다.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서울대 법대 1등 출신' 우영우의 로펌 생활과 특혜 채용 여부를 둘러싼 권민우와의 갈등 묘사도 엇비슷한다. 이러한 소재나 캐릭터의 출발 자체가 한국사회에 만연된 능력주의를 지시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은연중에 강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유의미하다.
<우영우>는 대체로 현실 속 실화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다. 실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현실을 반영하고 모방한다. 그렇게 직조한 서사가 다시 작품 밖 현실과 조응하면서 백가쟁명 식의 논의를 끌어낸다.
주장과 주장이 변증법적으로 승화된다. <우영우>라는 '판타지'가 호명한 현실이 풍성해 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돌출된 어이없는 흠집 잡기는 일종의 소셜 미디어 시대의 부작용이자 화제성에 기대 수익을 올리려는 일부 세력의 도발이었다(관련 기사 :
왜곡해석으로 우영우 때린 구독자 100만 사이버렉카).
그러한 정면 돌파의 과정이 탄탄한 완성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장점이다. <우영우>는 '한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변론 과정이나 법정 장면이 쫄깃하고 개성 넘친다.
출생의 비밀은 있지만 신파는 없다. 우영우와 친모 태수미 변호사와의 만남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우영우> 속 감정선은 세심하되 쿨하고 배려가 넘치지만 과하지 않다. 작가가 존경할 만한 40대 남성 선배 상으로 제시한 정명석 변호사를 비롯해 우영우 주변인물들은 물론 사건 관계인들 역시 기능적으로 소비되지 않는 것 또한 <우영우>의 미덕이다.
우영우의 연애 과정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우영우>는 전반부를 '자폐인 변호사' 정착기로, 후반부를 '인간 우영우의 성장 서사'로 채웠다. 그 과정에서 결코 쉽지 않은 우영우의 연애사를 그리는 것 자체가 차별화된 서사와 추구하는 가치 모두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내달리는 중이다. 후반부,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권민우와의 애정사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원성과는 별개로 말이다.
자폐인 변호사의 성장 서사가 현실과 어떻게 조응하는가. 이를 넘어 드라마라는 판타지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의 말걸기'를 시도하고 어떤 수위와 톤으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한국사회와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우영우>의 문제제기가 시즌2로 이어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누군가 우려했던 그 'PC함'을 잃지 않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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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