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경계하던 남과 북, 그리고 미군은 직접 잡은 멧돼지를 나눠 먹으며 마음을 열었다.
(주)쇼박스
영화 <웰컴 투 동망골>은 지난 2002년 장진 감독이 희곡을 쓰고 연출한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금은 '배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박광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고 원작자 겸 제작자 장진감독이 직접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게다가 정재영과 신하균,임하룡,류덕환 등 원작연극에 출연했던 배우들 상당수가 영화에도 직접 출연했기 때문에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연극적인 색채가 진하게 풍길 수 밖에 없었다.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11월, 리수화(정재영 분)가 이끄는 인민군과 국군 탈영병 표현철(신하균 분)과 문상상(서재경 분), 그리고 비행기 추락으로 고립된 연합군의 스미스 대위(스티브 태슐러 분)가 동막골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산 밑에서는 동족 상잔의 끔찍한 비극이 벌어지고 있지만 몇 대째 산 위에서만 살아가는 동막골 사람들은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많은 관객들이 가장 재미 있어 하면서도 의미까지 있었던 <웰컴 투 동막골> 최고 명장면 중 하나는 남북한 군인 5명과 스미스가 힘을 합쳐 마을의 골치거리였던 멧돼지를 잡는 장면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만화적이고 과장되게 연출했지만 멧돼지 포획장면은 한국군과 북한군,연합군이 처음으로 힘을 합쳐 공동의 적을 무찌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멧돼지 사건 후 급격히 친해진 이들은 마을 곳간을 채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돕는다.
농사를 지으며 동막골 생활에 적응해가던 남북미 연합군은 마을로 정찰 온 공수부대에 의해 동막골이 인민군 기지로 오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수화와 표현철은 동막골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동막골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연합군을 상대로 폭격유도를 시도한다. 리수화와 표현철, 택기(류덕환 분)가 동막골 사람들을 살려낸 후 포화를 맞으며 미소 짓는 장면을 통해 영화의 주제인 '평화'와 '반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부 관객들은 <웰컴 투 동막골>을 친북 및 반미영화라고 비판했지만 사실 원작자인 장진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군대라는 조직 자체를 모두 비판했다. 연합군은 민간인이 사는 동막골을 적의 거점으로 오인해 폭격을 하고 인민군은 행군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다친 동료들을 죽이려 한다. 그리고 국군은 한강다리를 끊으면서 자국민들을 죽게 만드는 끔찍한 선택을 했다(이는 한국전쟁 당시 실제 있었던 '한강 인도교 폭파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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