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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이 소방관 운명? 유독 불편했던 장면

[소방관이 본, 영화 속 소방 이야기 7] 리베라 메

22.04.14 10:02최종업데이트22.04.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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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개봉된 양윤호 감독의 영화 리베라 메는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로 미국 영화 '분노의 역류(Backdraft)'의 한국판으로 평가받는다.

최민수와 유지태, 허준호 등이 소방대원으로 나오고 차승원이 방화범으로 등장하는 등 당시 캐스팅 블록버스터라고 할 만큼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시간을 거슬러 지금과는 다른 앳된 배우들의 얼굴과 연기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준다.

순제작비 45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주유소와 종합병원을 짓고 실제 폭파도 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영화 <리베라 메> 포스터
영화 <리베라 메> 포스터 시네마서비스
 
영화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소년범으로 수감됐던 여희수(차승원 분)가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부산교도소를 출감한다. 그가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교도소 보일러실에서는 마치 영화 '분노의 역류'처럼 폭발사고가 발생한다. 희수가 어렸을 적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그는 세상을 다 태워버리겠다며 잘못된 방식의 구원을 선택한다.  

그로부터 5개월 후.

건물 화재에 출동한 부산 금정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조상우(최민수 분)와 김현태(유지태 분). 퇴로가 끊겼으니 나가자는 현태와 현재 상황이 양호하니 계속 전진하자는 상우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이전 화재에서 이미 희생된 사람들 중에는 소방 반장의 동생이자 소방대원인 인수(허준호 분)가 있다. 이 사고로 동료를 잃은 대원들은 침통한 분위기에 쌓여있고 특히 인수의 파트너였던 상우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며칠 후 한 오래된 아파트에서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한다. 상우는 몸을 사리지 않고 구조에 가담하지만 그런 상우의 모습에 현태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

한편 화재를 조사하는 현민성(김규리 분)은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한계를 느낀다. 지금도 그렇지만 화재 조사권은 소방에게, 화재 수사권은 경찰에게 있어 협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영화는 아파트 화재가 단순 가스폭발이라는 담당 형사의 판단과 방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는 민성 사이에서 갈등 구조를 연출한다. 민성은 지난 일곱 건의 화재를 조사하면서 화재 직전 모두 같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며,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방 관련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에 대한 이해와 연출은 미흡해 보인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아파트 상층에서 맨몸으로 곡예와 가까운 점프를 하는 현태의 행동은 대단히 무모하다. 거기에 소방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침을 하면서도 공기호흡기 면체(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현장을 누빈다. 아마도 감독이 생각한 용감한 소방대원은 연기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비례한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상우와 현태는 아파트 405호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진입하고 상우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불을 지르고 지켜보는 누군가가 현장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현태는 상우에게 소방관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고백한다. 사무실의 쾌쾌한 냄새도 지겹고 무엇보다도 불 속에서 죽고 싶지 않다며 흐느낀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고 연쇄 방화범과 그를 쫓는 소방대원들의 전면전이 시작된다. 

이런 낌새를 알아차린 희수는 대담하게도 당직 근무 중인 상우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일을 방해하지 말라며 상우를 협박하고 현태의 집을 폭발시켜 현태를 사망하게 만든다. 결국 희수의 피해망상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선택은 병원 전체를 불로 태워버리는 시나리오로 연결된다. "난 구원자야"라고 말하는 희수 또한 그렇게 불 속으로 사라진다. 

많은 아이들이 구조되고 "잔화 작업 개시"라는 반장의 명령에 따라 소방대원들이 움직이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마치 순직이 소방관의 운명인 것처럼 영화는 너무 많은 소방대원의 희생을 다루고 있다. 한편 화재현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상우의 처절한 움직임은 실제 현장에서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 나름 소방관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에게 힘내라며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이라든지, 화상을 입은 소방대원이 자비를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 이런 문제 제기 덕분에 2025년 국립 소방병원이 건립된다.    

문득 처음 소방관이 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나는 까맣게 그을린 선배들의 얼굴과 방수복을 보면서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멋진 훈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처럼 되고 싶어 일부러 현장에서 공기호흡기를 착용하지 않기도 했었다. 

소방서에 복귀해서 샤워를 하다가 코를 풀면 나오는 까만 잿가루의 양을 보고 그날 하루 내가 얼마나 소방관스럽게 불과 싸웠는지를 가늠하곤 했던 어리석은 날들도 있었다.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이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즘의 콘셉트에서 보면 황당할 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소방관을 구원하소서"라고 외치며 본 이번 영화의 평점은.

소방관 별점 :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소방검열관 소방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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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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