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은 가드임에도 매 경기 두 자리 수 리바운드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농구에서는 대체로 키가 작은 선수가 공을 운반하고 배급하는 가드를 맡아주고 키가 큰 선수가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리바운드를 잡는 빅맨을 소화하는 게 상식적인 포지션 배분이다. 하지만 포지션의 개념이 흐려지고 있는 현대농구에서는 큰 선수가 가드 포지션에서 경기를 조율하거나 작은 선수가 힘과 투지를 바탕으로 골밑을 책임지는 등 전통적인 포지션의 틀을 깨는 경우가 적지 않다.
WKBL에서 '포지션 파괴'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는 단연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김단비다. 김단비는 180cm의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외곽을 넘나드는 플레이로 포지션의 개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박지수(KB스타즈)가 리그에 합류하기 전인 2016-2017 시즌에는 득점과 리바운드, 스틸, 블록슛 부문을 독차지하기도 했다(심지어 김단비는 그 시즌에 어시스트 역시 리그 2위였다).
김단비가 좋은 신체조건에도 외곽플레이를 겸비한 선수라면 지난 시즌 챔프전 MVP 김한별(BNK 썸)은 신장(178cm)의 한계를 극복한 선수다. 물론 팀을 옮긴 이번 시즌에는 5.56득점 4.2리바운드로 주춤하지만 김한별은 삼성생명 시절이던 2018-2019 시즌부터 2020-2021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8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플레이오프나 챔프전에서는 자신보다 20cm 가까이 큰 박지수를 상대로도 골밑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우리은행에도 포지션 파괴를 주도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프로에서 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장신가드 박지현이 그 주인공이다. 가드이면서도 183cm의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는 박지현은 숭의여고 시절 자신이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여자농구 최고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무려 4.8%(1/21)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따낸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장차 팀의 미래를 책임질 최고의 유망주를 애지중지 키웠다. 루키 시즌 15경기에서 8득점 3.73리바운드 1.67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지현은 무난하게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박지현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된 2019-2020 시즌 27경기에 모두 출전해 출전시간이 34분으로 크게 늘어났음에도 8.37득점 5.56리바운드 3.44어시스트로 기대한 만큼의 발전속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저돌적인 돌파와 리바운드 능력 갖춘 장신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