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귀모> 포스터
시네마서비스
199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미녀로 불린 여자배우가 있다. 김희선이다. 남자배우는 장동건과 정우성이 자웅을 겨루고 있던 시절, 여자 배우 중에선 김희선만한 이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오랜 시간 세 명쯤의 톱배우를 엮어 트로이카라고 부르고는 했지만 20세기 말 한국에서 가장 빼어난 미모를 지닌 배우로 거론되는 건 단연 김희선이었다.
김희선은 유독 영화에선 성적이 좋지 못했다. 고소영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전지현이 <화이트 발렌타인> 같은 영화를 찍던 시절, 김희선이 출연한 작품은 대개 혹평을 받고 일찌감치 문을 닫기 일쑤였다. 1997년작 <패자부활전>, 1999년 <카라>와 <자귀모>, 2000년 <비천무>에 이르기까지 김희선의 출연작은 범작이란 평가를 받는 작품마저 희귀했다.
<자귀모>는 <닥터 봉>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광훈 감독의 야심작이었다. 두 번째 작품에 당대 최고의 스타 장동건과 김희선을 기용해 <패자부활전>을 찍었으나 크게 실패하고 절치부심해 세 번째 작품으로 준비한 작품이다. 역시 김희선을 내세워 지난 실패를 가뿐하게 넘어서려 했다. 남자배우는 연기력이 출중하다고 평가받던 이성재로 교체했지만 김희선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