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캔디맨>의 한 장면
콜럼비아트라이스타영화(주)한국
영화 <캔디맨>(1992)은 도시 전설을 소재로 삼은 작품으로 <헬레이저> 시리즈로 알려진 클라이브 바커가 1985년 발표한 단편소설 <더 포비든>에 느슨하게 바탕을 둔다. 그런데 캔디맨 괴담은 새로운 게 아니다. 서구에서 유명한 '블러디 메리 괴담(밤 12시 이후에 혼자 방이나 화장실에서 불을 꺼놓고 눈을 감은 채로 '블러디 메리'를 3번 반복한 후 눈을 떠서 거울을 보면 메리의 형상이 보인다는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소재만 본다면 캔디맨이 나타나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내용이라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캔디맨>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사탄의 인형3>(1991), <나이트메어6-프레디 죽다>(1991), <팝콘>(1991), <닥터 기글>(1992) 등 여타 슬래셔 영화와 다르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버나드 로즈 감독은 극의 무대를 영국의 리버풀에서 미국의 시카고로 옮기고 캔디맨은 백인에서 흑인으로 바꾸었으며 영국의 계급주의에 뿌리를 둔 도시 전설을 가져오되 인종 차별, 사회적 빈곤으로 은유의 범위를 넓히는 등 과감한 각색을 시도했다. 거울 뒤의 구멍을 통해 침입한다는 설정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캔디맨>은 환상 소설가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답게 현실과 꿈을 뒤섞은 화법이 돋보인다. 영화에서 헬렌은 캔디맨을 만난 다음부터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진다. 캔디맨은 실재하는 초자연적 존재일까? 아니면 그녀의 뒤틀린 상상력이 만든 산물인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혐오>(1965)의 캐롤(카트린느 드뇌브 분)이 연상되는 정신적 '혼란'이다. 영화에서 캔디맨은 약 15초가량 헬렌 없이 화면에 나타나는데 이것을 편집했다면 한층 더 영화의 모호함이 더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