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 유망주였던 디카프리오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세계적으로 아이돌 그룹 멤버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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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간판 히어로 스파이더맨이나 DC코믹스의 배트맨처럼 자주 영화로 리부트되는 작품들이 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1968년 버전이 나온 후 무려 28년 동안 리메이크되지 않았다. '줄리엣의 상징'이 된 올리비아 핫세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던 1996년, 바즈 루어만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앞세워 금기의 희곡을 부활시켰다.
연출 데뷔작 <댄싱 히어로>를 통해 화려한 색감과 빠른 편집으로 주목 받았던 루어만 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했다. 특히 영화 도입부에 캐플릿가와 몬태규가의 거친 친구들이 사이 좋게(?)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대단히 화려하다. 영화만 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의 치안이 굉장히 불안하다고 오해할 여지도 있다.
현란한 화면에 정신이 팔릴 때 즈음 영화는 다시 잘생긴 로미오와 아름다운 줄리엣(클레어 데인즈 분)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환기시킨다. 데즈레의 OST 'Kissing You'를 배경으로 대형 어항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장면에서 설레지 않는 관객들은 거의 없었다. '가수는 노래 따라 간다'는 말이 있는데 배우들은 OST를 따라가는 모양이다. 영화 속에서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는 눈만 마주치면 키스를 해댄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중들에게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이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사실 현대적인 시선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몇 마디 나눠 보지도 않고 키스를 하고 두 번째 만날 때(심지어 같은 날이다) 결혼을 약속한다. '썸'같은 과정은 이들에게 사치일 뿐이다. 굳이 원수집안이 아니더라도 이런 철 없는 결혼 결정을 집안에서 쉽게 허락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인스턴트 같은 사랑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검증된 고전이 가진 힘과 두 주인공의 애절한 연기 덕분이었다. 디카프리오는 연기 천재답게 다양한 감정을 영화 속에서 자유자재로 표현해냈다. 특히 친척인 머큐쇼(해롤드 페리뉴 분)가 죽고 이성을 잃은 로미오가 티볼트(존 레귀자모 분)에게 복수하는 장면에서 디카프리오는 관객들을 압도해 버리는 소름 끼치는 몰입도를 선보인다.
줄리엣의 정혼자로 출연한 배우는 앤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