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연출한 박강아름 감독(좌측)과 주인공이자 남편인 정성만씨(오른쪽), 그리고 딸 보리.
영화사 진진
박강아름 감독은 주저 없이 연애와 결혼, 공부를 자신의 욕망이라 말했다. 결혼제도를 비판하면서도 왜 일반적 가족을 열망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단다. 보다 진보적인 사회로 생각했던 프랑스에서 일종의 동거에 대한 보호 수단처럼 여겨지는 팍스(PACs, Pacte Civil de Solidarite)도 영화에서 소개한다.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에서 이런 제도가 대안일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며 고민하게 된다.
"제가 직접 팍스 제도를 겪어본 건 아니라 잘 모르겠으나 주변 얘기에 의하면 결혼해서 받을 수 있는 보장과 똑같다고 하더라. 출발은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에게 정부가 일종의 가짜 결혼 제도를 준 거였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성애자 커플들도 결혼보단 가벼우니 팍스를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애인과 같이 살기 위해서도 많이들 활용하는 추세로 알고 있다.
제 영화들이 어떤 정답을 내리기 위함은 아니었다. 첫 번째 장편도 여성의 몸에 대해 얼마나 사회가 압박하고 요구하는 게 많은지를 묻는 영화였다. 타인들이 제 외모를 평가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직접 그걸 재현해내는 퍼포먼스였고, 결국 타인의 시선보단 스스로 그런 요구를 내재화한 게 문제였다고 알게 된다. 이번 영화도 그렇다. 남과 다를 줄 알았는데 내 안의 가부장적 모습을 발견한 거지.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태어날 때부터 고정된 게 아닌 젠더 권력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는 걸 보인 셈이다."
박강아름 감독은 "20대에 느꼈던 외로움과 지금 느끼는 외로움은 같다"고 정의했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해소된다고 학습된 거였다"며 "이젠 그런 외로움은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누구나 품고 있다는 걸 안다. 영화 작업 할 때 성만씨 없이 혼자 있고 싶다가도 막상 없으면 우울해지는데 그런 게 참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삶을 재료로 성찰한 결과 성별 자체가 문제가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의 문제임을 오롯이 깨달은 건 아닐까. 서로 이혼 이야기를 종종 꺼낼 정도로 큰 다툼을 경험했다던 박강아름 감독은 "두 영화로 스스로가 확 달라진 건 아니지만 결국 제가 나중에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건 중요한 것 같다"며 나름 성찰한 결과를 소개했다.
"김문경 피디님이 해준 말인데 이 영화는 결국 일과 사랑 모두 하고 싶었던 82년생 박강아름의 이야기다. 그래도 박강아름이 좀 다른 면이 있다면 자신의 욕망에 솔직했다는 것이다. 다른 분들도 좀 더 솔직했으면 한다. 자신의 한계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홍보차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이후 자신의 아이와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계획 중이다. 동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인권운동가 나혜석의 이야기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자신의 삶 외부로 그가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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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