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아홉>의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하지만 소정의 현실은 흔한 말처럼 '시궁창'이다. 보기에도 고약하고 냄새까지 배는 시궁창이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소정은 졸업 전 아이스크림 공장에 취업한다.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보관하고 정리하는 잡일이 소정의 몫이다. 실습생인 소정이 약속과 달리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다고 항의하자 사장은 "그럼 아이스크림을 더 넣어줄게"하고 말한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영화는 열아홉 소정에게 닥친 위기를 다룬다. 흔한 어려움이 아닌 뉴스에 나올 법한 충격적인 고난이다. 소정이 스스로 선택했지만, 결코 혼자 선택한 것만은 아닌 도시괴담이다.
영화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우리 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음을 설득하려 한다. 소정의 엄마가 죽고, 소정은 엄마의 시신을 치우지 못한다. 시신을 치우면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 아빠에게 갈 거란 두려움이 소정을 막아선다. 소정이 사는 곳은 낙후된 임대아파트고, 동사무소 직원을 제외하면 누구도 다른 누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곳이므로. 또 졸업까지 조금만 버텨내면 성인이 될 수 있으므로. 소정은 충분히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소정은 공장에 가서 일을 하고 퇴근할 때마다 드라이아이스 몇 개씩을 훔쳐 집으로 돌아온다. 청테이프로 방문을 막아 악취가 퍼지는 걸 막는다. 그러고도 부패를 막지 못하자 할 수 있는 건 고작 웅크리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