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무브 투 헤븐> 포스터.
넷플릭스
소방관 출신의 한정우는 아들 한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이라는 업체를 운영하며 유품정리사로 일한다. 한정우는 몸이 좋지 못하고 아내는 일찍 세상을 떠났으며 한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길 건너편 치킨볼 가게 딸 윤나무가 한그루를 편견 없이 대하는 유일한 친구다. 한정우와 한그루의 마지막은 갑자기 다가온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한 듯 변호사를 통해 아들의 후견인을 정하고 오는 길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한정우. 혼자가 된 한그루에게 어느 날 갑자기 조상구가 찾아온다. 한정우가 살아생전 한그루의 후견인으로 정해 둔 그의 배 다른 동생이었다. 한그루에겐 삼촌인 셈인데, 행색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제 막 감옥에서 출소해 오는 길이었고 뒷골목 마담과 얽혀 불법 격투기 선수로 계속 뛰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한정우가 남긴 돈이 꽤 많다는 얘길 듣고 3개월간 한그루와 함께 살며 '무브 투 헤븐' 직원으로 일해야 한다는 변호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동안의 면면을 보고 이후에도 한그루의 후견인 역할을 맡길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한그루와 조상구 그리고 윤나무의 동행,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유품정리사와 고독사
유품정리사는 유족이나 의뢰인의 의뢰로 고인의 유품과 자산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 형태의 직업군이다. '고독사'가 사망 형태의 주된 모습으로 급격히 자리잡으면서 생겨난 신종 직업인데, 특수한 직업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사망을 둘러싼 사회문제들이 겹쳐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2015년에 출간되고 2020년에 개정판이 나온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청림출판), 2020년에 나온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가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고독사는 1990년대 초고령사회로 본격 진입한 일본에서 생겨나 한국에서도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는데, 2010년대 들어 1인 가구가 주를 이루면서 노년층뿐만 아니라 장년층과 청년층에도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고독사가 더 이상 사회문제가 아닌 죽음의 지극히 당연한 형태로 자리잡을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은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전면으로 내세워 다양한 죽음의 형태로 소외된 사람들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이다. 위에서 언급한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모티브로 했고, 배우 이제훈이 주연으로 이름을 올려 화제를 뿌렸다. 여기에서 핵심은, 유품정리사 한그루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설정이 아닐까 싶다. 소외되기 쉬운 이가 소외된 이를 들여다보려 한다.
소외된 이들을 들여다본다
<무브 투 헤븐>이 말하고자 하고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백하다. 단 한 가지, '소외된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하여, 작품의 전반을 거기에 포커싱한다. 스토리라인, 사건사고, 캐릭터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한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극중 한그루의 경우 비언어성 행동을 잘하지 못하고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고 타인과 감정을 잘 나누지 못하고 특정한 행동에 집착하는 등의 유형을 보인다.
그의 '조금 별난' 행동을 두고 사람들은 특이하다거나 이상하다며 '소외'시키곤 한다. 하지만 극중 윤나무를 위시한 이들은 그를 편견없이 대한다. 그 별것 아닐 수 있는 캐릭터 하나, 대사 하나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바라보는 이들의 행동양식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 또한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하는 직업, 죽음을 대하는 많은 사람의 생각 속에 '긍정' 아닌 '부정'이 있는 한 시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소외'의 테두리 안에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이 작품이 그걸 깨는 역할을 했다.
조상구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감옥에서 출소한 무뢰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은데, 배 다른 형 한정우와의 사연과 불법 격투기 선수 생활에서의 사연과 더불어 한그루와 함께 일하며 얻게 된 인생의 인사이트로 성장한다. 세상 사람도 그를 기피하며 안중에 두지 않았고 그도 세상을 애써 피해 왔는데, 비로소 서로를 소외시키지 않는 점을 찾은 것이다.
죽음이 삶을, 삶이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의 핵심은 '고인'들이다. 고인이 살아생전 어떠했든, 고인이 되는 순간 이미 소외되어 버린다. 고인을 신경 쓰는 사람, 아니 그런 세상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유품정리사 한그루만은 다르다. 그는 아빠 한정우의 유지를 고스란히 받들어, 고인이 남긴 이야기를 듣고 산 사람에게 전하려 한다. 누구라도 포기할 만한 일을 아스퍼거 증후군 특유의 집중력과 집착력으로 돌파한다.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을 고인이 남긴 '하찮은' 유품들에서 고인이 남긴 메시지와 고인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조상구 캐릭터의 사연들과 한그루의 아스퍼거 증후군은 분명 작품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한 설정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설정으로만 그치지 않고 꽤나 와닿기까지 하는 이유는, 작품이 하고자 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소외'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 테다. 기가 막힌 시너지가 만들어졌고, 공감과 위로와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죽음'과 더불어 '삶'을 생각해 본다. 죽음이 삶을 생각하게 하고, 삶이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아직 죽음을 맞닥뜨려 보지 못했기에 단정지을 순 없지만, 삶과 죽음은 분리된 별개의 것들 또는 서로 상충되는 긍정과 부정의 상징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가닿고자 하는 곳도 거기가 아닐까? '죽음' 말이다. 죽음이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 가장 소외받았고 소외받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무브 투 헤븐>은 '삶에 있어 죽음으로의 마지막 이사'가 전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이사라고 말하려는 게 아닐까. 죽음이 평범하고 당연하다면, 세상 그 무엇이 소외당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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