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롯데 신임감독 래리 서튼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허문회 감독의 실패로 롯데 구단으로서는 또 한번의 비극을 되풀이한 셈이 됐다. 롯데는 2014년 김시진 감독을 시작으로 이종운-조원우-양상문-허문회까지 최근 5명의 감독기간이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흑역사를 거듭했다. 이 기간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한 감독과 포스트시즌 진출과 조원우 감독(2016-18, 214승 4무 214패)과 그가 이끌었던 2017시즌 한번 뿐이다.
롯데의 전성기는 제리 로이스터(2008-10)와 양승호(2011-12) 감독으로 이어지는 '영광의 5년'이다. 이 기간 롯데는 비록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5년 연속 가을야구에 개근하며 성적과 인기 모두 절정을 달렸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의 암흑기를 극복하고 팀을 매년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으로 바꾸어놨고, 양승호 감독은 역대 롯데 사령탑 사상 최고승률(.537, 137승 11무 118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난 이후 롯데는 만년 중하위권을 전전하는 평범한 팀으로 다시 회귀했고 구단 운영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더 빈번했다. 프로 원년부터 39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롯데는 올해까지 총 19명의 사령탑이 바뀌었을만큼 감독교체가 유난히 잦았고, 이중 재계약을 포함하여 3시즌 이상 연속으로 장기집권한 경우는 강병철과 로이스터, 단 2명 뿐이었다.
이제 롯데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한 서튼 감독이 과연 얼마나 순항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은다. 롯데는 "서튼 감독이 그동안 퓨쳐스 팀을 이끌며 보여준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선임배경을 밝혔다.
서튼 감독은 2007년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구단 역사상 2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KIA의 맷 윌리엄스, 한화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 이어 올 시즌에는 무려 3명의 외국인 감독이 KBO리그에서 경쟁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다.
서튼 감독은 미국 피츠버크-캔자스시티 마이너리그팀의 타격코치를 지냈고 지난해부터 롯데 2군 감독을 역임했지만, 1군 사령탑은 올해가 처음이다. 역시 타격코치 출신으로 초보 감독이었던 전임자 허문회 감독과 비슷하다. 외국인 감독이지만 한국야구 문화와 롯데 구단 상황에 이미 적응이 끝났다는 것은 강점이다. 롯데 구단이 서튼 감독을 선임한 것은 미국식 프런트 야구문화에 익숙한 외국인 감독을 통하여 메이저리그식 리빌딩과 육성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튼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11일 SSG와의 경기에서 6-7로 패하며 험난한 출발을 예고했다. 서튼 감독은 4-2로 앞선 8회 마무리 김원중을 조기에 투입하여 2이닝을 맡기는 강수를 뒀으나 최정에게 3점홈런을 맞는 등 난타를 당하며 이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서튼 감독으로서는 초보 사령탑으로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었다.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순위, 베테랑들의 부진, 정체된 유망주들, 이미 개막 초반부터 혹사당하며 피로누적을 드러내고 있는 불펜, 여기에 사령탑의 경험부족과 프런트와의 관계 설정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는 롯데 서튼호의 행보는 한 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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